목록전체 글 (265)
... 어쩌다 여기까지?

그래 그럴 때가 있지. 분명히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한 조가 되었는데, 조별 과제는 왜 다들 열심히 하지 않는 건지, 똑같이 나눠 갖자니 일이라는 게 그렇게 뚝뚝 잘라지지 않고, 앞에서 이끌고 가자니 자꾸 부족한 게 보여서 더 잘하고 싶고, 욕심을 내다보니 결국 나만 힘들고, 열심히 좀 하자고 한마디 했더니 분위기는 싸해지고. 각자의 일에는 다들 열심이면서 왜 조별 과제는 결국 나만 하는 건지, 무임승차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한 이 상황. 그래 그럴 때가 있지. 결국 힘든 건 난데, 욕먹는 것도 나인 것 같고. 그런데 완성된 과제는 우리 모두의 것이고. 더 애쓴 사람과 덜 애쓴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결과는 똑같이 나눠 갖게 되고, 지친 나는 내 것을 못 챙기고, 마음은 속상하고 억울한데 결국 이것..

프로도양은 삼년 전 나의 반 학생이었다. 뜬금 없이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굴러서 응급실에 데러간 적도 있고, 교실 바닥에서 교복 치마입고 공기하다가 나무 가시가 엉덩이에 박혔다고 울어서 일하던 엄마를 불러 병원에 가게 한 적도 있는 참 사건사고 많은 학생이었다. (참고로 초딩 아니고 무려 고2였다.) 프로도양은 이과반 학생이었는데 어쩐지 문과감성이 넘친다 했더니 3학년에 진급하며 문과로 전과를 해버렸다. 2학년 중간에 전과하고 싶었는데 담임쌤이 바뀌는 게 싫어서 버텼다는 말도 안되는 소릴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프로도양은 그렇게 항상,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아이였다. 2018년에 2학년 담임을 하고 2019년 학교를 옮겼다. 고3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꾹 누르고, 초빙의 기회를 날리고..

브런치는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티스토리도 마찬가지지만 글쓰기와 출판이 목적이라는 데서 출발점이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다음과 카카오, 브런치를 모두 가진 이들은 카카오톡 채널을 브런치를 소개하고 브런치의 글을 다음 포털에 올리는 식으로 자신들의 플랫폼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어제, 28일, 나의 브런치 북 이 카카오 채널의 브런치 레터로 소개가 되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같은 날 나의 다른 글 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소개가 되었다. 완전히 맥이 다른 두 글이 같은 날 다른 방식으로 소개된 것이다. 브런치의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일단 자극적인 제목을 좋아하는 건 확실하군, 정도의 자체적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허세를 부리며 ..
오늘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다. 시험 끝난 날답게 급식 먹고 바로 집에 보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졸업앨범 촬영, 소풍 등 1학기부터 내내 미뤄둔 행사를 내일은 꼭 ‘해치워야’하기 때문에 집이 아닌 기숙사로 돌려보내야 했다. 그렇다고 점심때부터 전교생이 기숙사로 몰려갈 수도 없는 노릇, 긴 회의 끝에 오늘 오후는 4시까지 특강을 듣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방역지침 때문에 교실에 앉은 채 TV 화면으로 듣는 특강이, 그것도 시험 끝난 날 오후에 듣는 특강이 제대로 들릴 리가 없다. 아무리 관심 있는 주제에 빵 터지는 센스를 겸비한 강사가 왔어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 강연의 키워드는 AI... 초청된 강사님은 세상 진지한 수학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이 제자리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