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이번생에 마지막 보문산 -_-ㅠ 본문
꼴찌에게 등산이 힘든 이유는, 등산의 타이밍이 꼴찌에게만 유독 가혹하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의 기다림은, 꼴찌가 도착하는 순간 종료된다. 도착하면 떠나고, 또 도착하면 떠나니, 결국 단 한 번도 쉬지 못한 채 정상까지 오르게 된다. 꼴찌에게 유일한 휴식법은, 제발 나를 버려달라고 부탁하는 것뿐이다. 교사가 되어서 이런 가혹한 역할을 아이에게 줄 순 없으므로, 오늘의 꼴찌는 내가 되기로 한다. (읭?) 아니, 나만 유독 저질 체력처럼 보였던 건 어젯밤을 거의 새다시피 했기 때문이라고… 그냥 그렇게 속편히 생각하기로 한다.
몇 주 전부터 산행 체험의 고귀한 의미를 아이들에게 설파했던 나는, 적당히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키며 수다와 함께 걷는 장면을 상상했던 나는… 그래서 오늘이 좀 서운했다. 목표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건, 교실에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나. 모처럼 하늘 보러 나가선, 하늘은 커녕 아이들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보고 돌아오다니. (아 물론, 이건 전적으로 꼴찌 역할을 맡은 내 책임이지, 학교 탓은 아니다…)
맑은 날 벤치에 누워 하늘 보는 걸 제일 좋아하는 나는,
찐연두 나뭇잎들 사이로 비 갠 파란 하늘을 혼자 잠시 훔쳐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어차피 서운한 건 나뿐이지, 아이들은 아니니까.
그래도 오늘의 하늘은 좀 많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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