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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대전부터 청주까지는 앞이 안 보이는 폭우였다. 몇 시간 지연도 다 받아들일 테니 결항만 되지 말아라 하는 마음으로 공항에 갔지만 정작 18:50 출발 제주항공이 연결편 문제로 한 시간 지연된다는 안내를 받은 순간, 지난 1월 폭설의 추억이 떠올라 아주 잠시 불안했다. 다행히 더 이상 지연은 없이 이륙, 측풍이 미친듯이 부는 제주 땅에 한 방에 깔끔하게 착륙까지 해주었다. 무려 공항까지 마중 나온 영광스런 의전(!)을 당하며 오라버니집에 도착한 시각이 밤10시, 오랜만에 만난 도도와 하악질 없는 대면에도 성공했다. (이미 만족) 토요일 조식(?)으로 애월연어를 먹고, 때이른 삼양 해수욕장에서 발을 담그고, 서우봉에 올라 함덕 해수욕장을 보고, 동화마을에서 몽생이샌드를 사고, 낭들에쉼팡까지 야무지게 찍었다...

매일 칼퇴만 기다리는 것 같지만,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학교의 시간은 밤이다. 대전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게 낯설던 그 길 위에서, 갑자기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어두컴컴한 학교에 늦게까지 켜진 불빛을 본 순간이었으니까. 충남고에 와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까만 하늘 아래 빛나는 교실을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일반고가 그렇듯, 야간자율학습이 말 그대로 ‘자율’이기 때문이다. 대신 충남고의 밤에 가장 빛나는 곳은 교실이 아니라 운동장이다. 하루의 열기가 모두 빠진 시각에도, 심지어 주말에도, 운동장은 누군가로 늘 채워져 있다.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도 그냥 예쁜 모습이 운동장 위에는 항상 있다. 수업을 하다 문득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에도, 고개를 돌리면 운동장이 보인다는..
Q. 진짜 무슨 말을 해도 안 되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할까? 위아래도 없고 아무리 달래고 가르쳐도 안되고. 기분대로 행동하고. 큰소리로 욕하고 약한 애들 괴롭히고.. 진짜 말이 하나도 안 통하는 것 같은데. 그런 학생을 마주할 때 느끼는 무력감, 분노, 지침… 다 너무 당연하고, 충분히 공감됩니다.교사라는 역할이, 때로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란 환상과 사명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죠.그런데 그 ‘사람답게’가 도무지 통하지 않는 아이를 마주하면, 교사로서의 존재감조차 흔들릴 수 있어요.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아무리 원칙을 세워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래도 이럴 땐 몇 가지 원칙을 다시 꺼내보는 게 필요해요.1. 개인 감정에서 거리를 두기이런 학생을 보면 감정이 먼저 끓죠. "왜 이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