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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지난 33일간,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자주 대구에 왔다. 나는 교사가 된 이후 가장 많은 연가와 지각을 몰아쓰고, 파티마병원 동관 7층의 같은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쓰거나 먹었다. (하지만 사진은 죄다 먹는 것뿐이군…….) 그사이 1박 2일로 순천에 다녀오며, 순천 시민이 되면 어떨까 잠시 상상도 해봤다. (까였다.)병실의 시간에는 계절이 없다. 오로지 하루, 24시간만 반복될 뿐이다. 더 나빠지거나 덜 나빠지는 둘 중 하나의 결과로 그다음 하루의 색깔이 정해진다. 한 번의 회진과 두 번의 수액 교환, 세 번의 식사와 네 번의 투약, 다섯 번의 바이탈 체크로 병실의 하루가 완성된다.바깥은 이제 한창 여름인데, 초여름에 시작된 아빠의 시간은 장마도 폭염도 모른 채 제자리에서 맴돈다. 마치 온 동네가..
한 반 재적은 평균 23~25명인데, 매 수업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겠다는 아이들이 3~4명씩 있다. 쉬는 시간에 뭐 했냐고 물으면 아까는 안 급했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거고, 수업 시간에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참는 거라고 하면 한 번만 보내달라고 한다. 화장실을 놓고 흥정해봐야 인권침해 소리가 나올 게 뻔해서 그냥 가라고 한다. 그러면 다른 놈은 물을 뜨러 가겠다고 한다. 길게 말하기 싫어 그냥 가라고 한다. 매 시간 반복되는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학생이 자리에 앉아 있는 수업은 해본 적이 없다. 초1이 아니라 고3이다. 쉬는 시간은 더 난장판이다. 휴대전화를 끼고 살던 몇 달 전까지는 온갖 욕설과 괴성을 지르며 앉아서 게임을 했다. 4월 1일자로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에는 그..
맛있는 거 사줄게 날잡고 애들도 모아봐-라는 나의 한 마디에, 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와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의 여자친구와 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와 친한 다른반 아이와 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와 친한 다른반 아이의 여자친구가 왔다. - 아니 내가 사주는 거 알고 온 거 맞아?- 네 맞는데요- 걔네가 진짜 나랑 먹는대?- 네 괜찮다는데요? 하하하. 그렇게 세상 기묘한 엽떡타임이 시작되었다. 남친 선생님이랑 떡볶이 먹으러 나오는 아이도 예쁘고 신기하고, 그 예쁜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내새끼도 예쁘고 신기하고, 애들 모아 보란다고 커플만 두 팀 불러놓고 같이 놀고 있는 이 아이도 예쁘고 신기했다. ‘요즘 아이들’이란 말로..
월요일 아침엔 교실 청소를 한다. 1인 1역을 꼼꼼하게 나눠주고 매일 청소를 관리 감독할 자신이 없는 나는, 그냥 월요일 아침 청소기를 한 번 돌리는 걸로 일주일치 청소를 퉁친다. 일주일에 한 번 담임이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려줬으니, 남은 기간 자기 자리에 떨어진 쓰레기나 먼지를 치우는 건 자리 주인의 몫, 복도나 교실 앞뒤를 쓸어주는 건 매일 새롭게 탄생하는 지각러들의 몫이다.두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에어팟을 꽂은 채 게임에 몰입한 아이들에게 월요일 아침부터 청소기를 돌리는 담임은 매우 성가신 존재다. 여러 번 불러도 꿈쩍하지 않는 아이의 어깨를 툭툭 쳐서 일어나 옆으로 좀 나오라고 한다. 가로로 든 스마트폰 속 게임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이는 자기 자리를 치워주는 담임에게 귀찮은 기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