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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써야한다는 의무감에 자꾸 조급해지는 아침이었다. 대구에 가기전에 성심당을 찍을까, 평일 오전 성심당을 가보고 싶은데 하지만 조금 귀찮다, 생각하며 시동을 거는데 모찌님 디스플레이가 먹통이다. 터치도 안먹고 충전 완료상태 그대로 멈춰버린 화면. 몇달 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에도 충전 오류가 난 적이 있었는데, 엊그제 떴던 업데이트 알람이 어제는 안 떴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집 바로 앞 충전기에서 충전을 꽂았더니 와이파이가 잡히면서 버전업이 된 것 같았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 첫 충전에서 계속 오류가 나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시동을 껐다 켜봐도 해결이 안 돼서 출발 전 성심당 대신 서비스센터를 찍기로 한다. (미니 서비스센터가 집앞에 있어서 넘 다행이다ㅠ)하지만. ..
남편 출장 이슈로 잠시 대전에 다녀오기로 한 날, 대전에 갈거란 말에 그럼 꼭 아침 일찍 나오라던 아빠는 아홉시가 넘어가도록 잠에서 깨지 않았다. (나는 무려 여섯시 반에 병실에 도착했는데) 가족실 안마기에 드러누웠다가 병동 서가에 꽂힌 책을 훑다가 잠든 아빠한테 괜히 말을 걸다가 테라스에 나와 하늘을 보다가 하는데, 병동 수녀님이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거라도 좀 먹고 오라고 하신다. (많이 심심해보였나) 그러게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네요, 정액권 지른게 아까워 주차장에 굳이 세워두었던 모찌를 끌고 평일 오전의 코스트코를 간다. (맛있는 거 먹으러 코슷코를 왜가냐고 묻지 말자 그냥 하바티 치즈를 사다두고 싶었을 뿐) 나의 의식은 평일 오전의 한산하고 여유로운 코스트코를 상상했지만, 착각이었다. 평일 오전에..
간병사들이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길래 무슨 일 있냐 물었더니 옆방 환자분이 목욕을 한다고 한다. 저희 아빠도요!!!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올 때부터 목욕을 원했지만 '컨디션 좋으면' 시켜준다던 목욕은 여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호스피스 병동이란 곳 특성상,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놈의 컨디션 값이라는 것은 단조감소하는 것이 자명한 패턴이니까, 결국 입원날 하지 못하면 영영 목욕은 못하는 거구나 반쯤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럼 어르신 컨디션 한번 볼까요? 간병사 셋이 붙어 방수 드레싱을 해두고 간호사의 컨디션 체크를 기다린다.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가 모두 정상 범위내로 들어와야 가능하다는, 거의 목욕 고시 수준이다. 어? 괜찮네요, 목욕 하셔도 되겠어요! 간호사의 한 마디에 간병사들이 박수를 치며 침대를..
- 평일인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셨어요?- 아 저 장기재직휴가를 썼어요 - 장기재직휴가가 뭐예요? - 10년 동안 근속하면 쓸 수 있는 5일 휴가예요- - 와.. 진짜 귀한 휴가 쓰고 오셨네요. 장기재직휴가를 썼다는 말에, 귀한 휴가임을 알아봐 준 건 호스피스 병동 소속 사회복지사가 유일했다. 10년 근속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16년차에 써본 첫 휴가다. 한여름 또는 한겨울에만 여행을 갈 수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방학을 가졌다는 이유로 봄가을에 휴가 따위를 입에 올리면 세상 불경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교사란 사람들에게도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장기재직휴가를 보장하라는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노조협약이니 장기재직휴가를 써볼게요, 라고 말한 충남고의 첫번째 교사였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