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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남편 출장 이슈로 잠시 대전에 다녀오기로 한 날, 대전에 갈거란 말에 그럼 꼭 아침 일찍 나오라던 아빠는 아홉시가 넘어가도록 잠에서 깨지 않았다. (나는 무려 여섯시 반에 병실에 도착했는데) 가족실 안마기에 드러누웠다가 병동 서가에 꽂힌 책을 훑다가 잠든 아빠한테 괜히 말을 걸다가 테라스에 나와 하늘을 보다가 하는데, 병동 수녀님이 밖에 나가서 맛있는 거라도 좀 먹고 오라고 하신다. (많이 심심해보였나) 그러게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네요, 정액권 지른게 아까워 주차장에 굳이 세워두었던 모찌를 끌고 평일 오전의 코스트코를 간다. (맛있는 거 먹으러 코슷코를 왜가냐고 묻지 말자 그냥 하바티 치즈를 사다두고 싶었을 뿐) 나의 의식은 평일 오전의 한산하고 여유로운 코스트코를 상상했지만, 착각이었다. 평일 오전에..
간병사들이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길래 무슨 일 있냐 물었더니 옆방 환자분이 목욕을 한다고 한다. 저희 아빠도요!!!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올 때부터 목욕을 원했지만 '컨디션 좋으면' 시켜준다던 목욕은 여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호스피스 병동이란 곳 특성상,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놈의 컨디션 값이라는 것은 단조감소하는 것이 자명한 패턴이니까, 결국 입원날 하지 못하면 영영 목욕은 못하는 거구나 반쯤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럼 어르신 컨디션 한번 볼까요? 간병사 셋이 붙어 방수 드레싱을 해두고 간호사의 컨디션 체크를 기다린다.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가 모두 정상 범위내로 들어와야 가능하다는, 거의 목욕 고시 수준이다. 어? 괜찮네요, 목욕 하셔도 되겠어요! 간호사의 한 마디에 간병사들이 박수를 치며 침대를..
- 평일인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셨어요?- 아 저 장기재직휴가를 썼어요 - 장기재직휴가가 뭐예요? - 10년 동안 근속하면 쓸 수 있는 5일 휴가예요- - 와.. 진짜 귀한 휴가 쓰고 오셨네요. 장기재직휴가를 썼다는 말에, 귀한 휴가임을 알아봐 준 건 호스피스 병동 소속 사회복지사가 유일했다. 10년 근속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16년차에 써본 첫 휴가다. 한여름 또는 한겨울에만 여행을 갈 수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방학을 가졌다는 이유로 봄가을에 휴가 따위를 입에 올리면 세상 불경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교사란 사람들에게도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장기재직휴가를 보장하라는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노조협약이니 장기재직휴가를 써볼게요, 라고 말한 충남고의 첫번째 교사였다. 다..
9/1(화) 신중하게 고른 메뉴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평소보다 두어배 더 큰 빡침이 밀려오는 걸 보면, 나는 지쳐가는 중이다. 늦은밤 간호사실 호출을 받고 대구로 갔던 다음 날, 한고비 넘겼으니 가도 좋다는 말에 대전으로 돌아오다가 김천 휴게소에서 충전을 걸어두고 떡볶이와 치즈십원빵을 주문했는데 치즈십원빵에 치즈가 없었다. 십원빵이라면 원래 용머리해안 입구에 파는 십원빵처럼 치즈가 차고 넘쳐 스틱이 막 휘어질듯한 게 정상 아닌가? 어이가 없어서 가운데를 뚝 잘라봤는데 진짜 종잇장 같은 치즈 한조각이 발견되었다. 떡볶이 마저 쌀떡 주제에 맵단짠 밸런스가 와르르 무너진 맛. 반도 못 먹고 버리는데 왜이렇게 짜증이 나던지. 세상이 대체 나한테 왜이러는 거야, 나 이거 거의 24시간만에 첫끼인데. 전날 밤 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