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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호스피스 예약이 필요할까요?” “그럴 때가 되었죠 예약해도 한참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요.”담당의에게서 좀처럼 듣지 못했던 시원한 답변이, 의도치 않은 질문에 돌아와 아주 잠깐 당황했다. 아직 멀었다는 답을 듣고 싶었던 걸까.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발급되는 데는 만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스무 명 넘게 대기하고 있어 예약한다고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순번을 조정하기도 한다던 그들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갑자기 자리가 났다고 알려왔다.호스피스 케어가 명시된 전원의뢰서를 받고 얼마나 많은 검색을 했던지 나의 알고리즘은 온통 호스피스, 요양원, 요양병원, 마약성 진통제 등으로 점령당했다. 이어 나오는 상조회사와 장례식장도. 아무..
지난 33일간,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자주 대구에 왔다. 나는 교사가 된 이후 가장 많은 연가와 지각을 몰아쓰고, 파티마병원 동관 7층의 같은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쓰거나 먹었다. (하지만 사진은 죄다 먹는 것뿐이군…….) 그사이 1박 2일로 순천에 다녀오며, 순천 시민이 되면 어떨까 잠시 상상도 해봤다. (까였다.)병실의 시간에는 계절이 없다. 오로지 하루, 24시간만 반복될 뿐이다. 더 나빠지거나 덜 나빠지는 둘 중 하나의 결과로 그다음 하루의 색깔이 정해진다. 한 번의 회진과 두 번의 수액 교환, 세 번의 식사와 네 번의 투약, 다섯 번의 바이탈 체크로 병실의 하루가 완성된다.바깥은 이제 한창 여름인데, 초여름에 시작된 아빠의 시간은 장마도 폭염도 모른 채 제자리에서 맴돈다. 마치 온 동네가..
한 반 재적은 평균 23~25명인데, 매 수업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겠다는 아이들이 3~4명씩 있다. 쉬는 시간에 뭐 했냐고 물으면 아까는 안 급했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거고, 수업 시간에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참는 거라고 하면 한 번만 보내달라고 한다. 화장실을 놓고 흥정해봐야 인권침해 소리가 나올 게 뻔해서 그냥 가라고 한다. 그러면 다른 놈은 물을 뜨러 가겠다고 한다. 길게 말하기 싫어 그냥 가라고 한다. 매 시간 반복되는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학생이 자리에 앉아 있는 수업은 해본 적이 없다. 초1이 아니라 고3이다. 쉬는 시간은 더 난장판이다. 휴대전화를 끼고 살던 몇 달 전까지는 온갖 욕설과 괴성을 지르며 앉아서 게임을 했다. 4월 1일자로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에는 그..
맛있는 거 사줄게 날잡고 애들도 모아봐-라는 나의 한 마디에, 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와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의 여자친구와 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와 친한 다른반 아이와 나의 말을 들은 아이와 친한 우리반 아이와 친한 다른반 아이의 여자친구가 왔다. - 아니 내가 사주는 거 알고 온 거 맞아?- 네 맞는데요- 걔네가 진짜 나랑 먹는대?- 네 괜찮다는데요? 하하하. 그렇게 세상 기묘한 엽떡타임이 시작되었다. 남친 선생님이랑 떡볶이 먹으러 나오는 아이도 예쁘고 신기하고, 그 예쁜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내새끼도 예쁘고 신기하고, 애들 모아 보란다고 커플만 두 팀 불러놓고 같이 놀고 있는 이 아이도 예쁘고 신기했다. ‘요즘 아이들’이란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