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딸공씨네 (282)
... 어쩌다 여기까지?
유퀴즈에 어느 정신과 의사가 나와, '환자를 잃었던 순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의사가 환자를 잃은 순간에 대해 뭐라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환자를 잃었다'는 말을 하던 그 순간의 입모양과 목소리 그리고 그냥 그 말 자체가, 나에겐 어쩐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환자를 잃은 순간은 이전과 이후가 참 선명한 경계가 있는 거구나, 정확하게 언제부터 애도하고 아쉬워해야하는지 뚜렷하게 남겠구나 하는 생각. 매일 같은 교실에서 지낸 아이의 눈빛이 더는 이전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 아이와 언제부터 마음이 어긋난 걸까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맑은 눈을 빛내며 조잘대던 아이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태도로 삐딱하게 날 바라볼 때, 그 삐딱함이 날 ..
딸공
2025. 11. 11.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