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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그러고보니 학교 옮기고 쓴다는 글이 죄다 먹는 이야기 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가장 즐거웠던 일은 역시 먹는 이야기. 충남고에 와서 처음으로 매점을 가봤다. 매번 아이들이 열심히 드나드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간도 없고 딱히 땡기지 않아 가볼 생각을 안 하다가, 목요일 오후2시를 기점으로 급격히 혈중 초코퍼지 농도가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짝꿍쌤을 꼬셔 달려갔다. 충남고 매점엔 초코퍼지가 없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다행히 사실이 아니었다. (초코퍼지뿐만 아니라 초코퍼지 크런키도 있었다는. 하지만 파스퇴르 우유 모나카와 스윙칩 볶음고추장맛은 없는 것으로 밸런스를 맞춰 주었다. 또륵)벚꽃이 지고, 어김없이 시험기간이 돌아왔다. 잊고있던 일반고의 시험기간을 오랜만에 감상하니 생각보다 더 별로네 싶었고, 그 마음이 너무 ..
매번 눈으로만 보다가 드디어 엽떡파티원을 모집했다. 쓰레빠를 끌고 나와 엽떡을 사먹고 후식 초코퍼지까지 야무지게 먹은 다음 다시 들어가 초과근무를 할 수 있는 위치의 학교라니. 갈수록 마음에 나의 새 학교 : ) 한 달에 한 번은 꼭 먹어야지.
매주 금요일마다 엽떡을 시켜 맥주를 마실거라던 당찬 다짐은 지키지 못했다. 매년 3월 셋째주 주말엔 귀신같이 몸살에 한번 시달리는데 어쩐 일인지 올해의 몸살은 주말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소리도 안 나오고 후각도 미각도 완전 잃었는데 코로나인가 싶어 검사를 해도 코로나는 아닌 상태로 보름이 지났고, 어제 아침에서야 교무실에 내려둔 커피에서 흐릿한 커피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매년 3월 셋째주에 찾아오는 몸살이 학부모 총회 후유증인지 그저 개학맞이 푸닥거리인지 모르겠지만(둘이 같은 건가), 회복력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4월을 맞이할 준비는 아직인 채로 4월이 와버렸다. 감기약에 쩔어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폭삭 속았수다’를 봤다. 초반엔 그저 양관식과 오애순이 철없..
2017년부터 종례신문을 썼다. 컬러 프린터가 본부교무실에만 딱 한 대만 있던 신탄진고 시절에는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pdf파일을 메신저로 보내고 본부에 가서 찾아와야 했지만, 아이들과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는 즐거움에 귀찮다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종례신문은 반의 모든 아이들(그래봐야 스물 한 명?)에게 매주 한 장씩 출력본으로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발행을 했는데, 종례신문 마지막에 ‘나의 한 주 기록하기’칸에 아이들이 한두줄 정도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도록 했었다. 일년 동안 발행하면 40~50부 정도가 되는데, 이걸 다시 모아서 연말에 스프링으로 제본을 해주면서 아이들이 기록한 한 주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2019년 학교를 옮기면서도 당연하게, 담임반 아이들과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