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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이 글은 동신과학고 근무를 마치며 남겨두는 기록이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이다.오랜만이란 말로 설명하기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넘어 블로그에 다시 왔다. 마지막 글을 쓴지 꼭 4년이 지났고, 그 글을 쓴 날로부터 내가 한치도 성장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2024년 9월 8일 일요일 밤, 한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학기초부터 유난히 마음 쓰이던 한 학생이 팀프로젝트 단톡에서 자퇴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 아이가 입학전부터 블로그를 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무작정 포털에서 검색을 했다. 동신과학고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단에 노출되던 블로그였다. 찾고 싶은 아이의 정보는 안 보이고 뜻밖의 게시판이 검색되었다. 디시인사이드 동신과학고 갤러..

집 마당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처음 밥을 주기 시작한 게 5년 전 일이었다. 쿠팡에서 가성비 좋다는 사료를 골라 정기배송을 걸어두고 아침 저녁으로 빈 그릇을 채워주며, 그릇이 비는 게 뿌듯했다. 그저 태어나보니 길이 집이었던 고양이들에게는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이 가장 아쉽다는 것도, 건사료만 오래 먹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저 가득 부어 둔 밥그릇이 까만 밤을 지나면 말갛게 이슬만 맺혀 있는게 좋았다. 한번도 곁을 주지 않는 고양이들이었지만,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눈치를 살피며 사라져버리는 아이들이었지만, 좋았다. 가만히 마주보던 눈 속에 빛나던, 파랗고 노란 짝짝이 색이 좋았다. 내가 잠든 까만 밤, 바톤 터치하듯 나의 마당을 지키며 하루를 살아내는 아이들이 좋았다...

그래 그럴 때가 있지. 분명히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한 조가 되었는데, 조별 과제는 왜 다들 열심히 하지 않는 건지, 똑같이 나눠 갖자니 일이라는 게 그렇게 뚝뚝 잘라지지 않고, 앞에서 이끌고 가자니 자꾸 부족한 게 보여서 더 잘하고 싶고, 욕심을 내다보니 결국 나만 힘들고, 열심히 좀 하자고 한마디 했더니 분위기는 싸해지고. 각자의 일에는 다들 열심이면서 왜 조별 과제는 결국 나만 하는 건지, 무임승차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한 이 상황. 그래 그럴 때가 있지. 결국 힘든 건 난데, 욕먹는 것도 나인 것 같고. 그런데 완성된 과제는 우리 모두의 것이고. 더 애쓴 사람과 덜 애쓴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결과는 똑같이 나눠 갖게 되고, 지친 나는 내 것을 못 챙기고, 마음은 속상하고 억울한데 결국 이것..

프로도양은 삼년 전 나의 반 학생이었다. 뜬금 없이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굴러서 응급실에 데러간 적도 있고, 교실 바닥에서 교복 치마입고 공기하다가 나무 가시가 엉덩이에 박혔다고 울어서 일하던 엄마를 불러 병원에 가게 한 적도 있는 참 사건사고 많은 학생이었다. (참고로 초딩 아니고 무려 고2였다.) 프로도양은 이과반 학생이었는데 어쩐지 문과감성이 넘친다 했더니 3학년에 진급하며 문과로 전과를 해버렸다. 2학년 중간에 전과하고 싶었는데 담임쌤이 바뀌는 게 싫어서 버텼다는 말도 안되는 소릴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프로도양은 그렇게 항상,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아이였다. 2018년에 2학년 담임을 하고 2019년 학교를 옮겼다. 고3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꾹 누르고, 초빙의 기회를 날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