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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브런치는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티스토리도 마찬가지지만 글쓰기와 출판이 목적이라는 데서 출발점이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다음과 카카오, 브런치를 모두 가진 이들은 카카오톡 채널을 브런치를 소개하고 브런치의 글을 다음 포털에 올리는 식으로 자신들의 플랫폼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어제, 28일, 나의 브런치 북 이 카카오 채널의 브런치 레터로 소개가 되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같은 날 나의 다른 글 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소개가 되었다. 완전히 맥이 다른 두 글이 같은 날 다른 방식으로 소개된 것이다. 브런치의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일단 자극적인 제목을 좋아하는 건 확실하군, 정도의 자체적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허세를 부리며 ..
오늘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다. 시험 끝난 날답게 급식 먹고 바로 집에 보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졸업앨범 촬영, 소풍 등 1학기부터 내내 미뤄둔 행사를 내일은 꼭 ‘해치워야’하기 때문에 집이 아닌 기숙사로 돌려보내야 했다. 그렇다고 점심때부터 전교생이 기숙사로 몰려갈 수도 없는 노릇, 긴 회의 끝에 오늘 오후는 4시까지 특강을 듣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방역지침 때문에 교실에 앉은 채 TV 화면으로 듣는 특강이, 그것도 시험 끝난 날 오후에 듣는 특강이 제대로 들릴 리가 없다. 아무리 관심 있는 주제에 빵 터지는 센스를 겸비한 강사가 왔어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 강연의 키워드는 AI... 초청된 강사님은 세상 진지한 수학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이 제자리에 앉아..

두 아이가 모두 한드미로 가면서 주말이 짧아졌다. 금요일 오후에 데리고 와서 토요일 하루를 같이 보내면 금세 일요일, 복귀 날이다. 나는 단양까지 가서 아이들 픽업만 하는 게 아쉬워 카페 투어라도 하자고 조르지만, 아이들은 집에 최대한 있고 싶어 일요일 아침마다 뭉그적거린다. 재촉하기 미안한 마음에 같이 뒹굴다 보면 어느새 오후, 단양에 도착하면 이미 저녁이다. 10월은 캠핑하기 가장 좋은 계절, 특히 요즘은 미세먼지도 없어 그냥 하늘만 봐도 좋은 나는 자꾸 나가자고 한다. 그런데 오랜만에 집에 온 아이들은 시골에서 매일 보는 하늘과 땅과 낙엽에 감흥이 없다. 이렇게 좋은 날 집에만 있다니! 하는 나와, 이렇게 좋은 집을 굳이 나가다니! 하는 아이들. 결국 우리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하늘과 땅과 낙엽..
OO야, 날도 춥고 수업도 끝났는데 어디 카페라도 같이 가서 땡땡이 좀 칠까 하다가, 이미 충분히 오지랖 부린 거 같아서 꾹 참고 왔다. ㅎㅎ 혼자 마음 풀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모른 척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내가 힘든 순간을 겪을 때는 주변 어른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어. ‘나중에 돌아보면 그것도 다 추억이다.’라고. 그 얘길 들으며 추억 따위 만들겠다고 이렇게 힘든 건가, 한숨이 나오면서도 그래 결국 지나가겠지 생각하며 버텼어. 그런데 나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힘들었던 그 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진 않아. 오히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엄청 슬프고 아픈 순간으로 기억되어 있을 뿐. 그래 봐야 엄청 오래 산 것도 아닌데 인생의 중간 중간 구간들이 검정색 블럭으로 칠해져 있는 느낌이라면 이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