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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3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교육부는 휴업 연장과 함께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발표했다. 태블릿 PC와 웹캠 가격이 하루 사이에 20~30퍼센트 올랐고, 메가스터디와 강남에듀 같은 온라인 교육 컨텐츠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하냐, 온라인 수업이면 라이브로 진행하느냐, 가정에 PC가 한 대뿐인데 출석 체크는 어찌 하느냐와 같은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어제까지 누적 사망자가 1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숫자의 집단 죽음이라고도 한다. 조기를 게양하며 묵념하는 이탈리아 시민들의 소식을 TV로 전해 들으며 세계적인 감염병 대 유행의 상황, 팬데믹을 실감한다. 모니터 앞에서 휴업의 하루를 보내는 우리는 느끼지 ..

제주의 아침. 게하에서 나와 오름에 올랐다가 익숙하게 근처 카페를 찍는다. 우호적 무관심. 별점보다 낯선 이름에 이끌려 차를 세웠는데 네비가 멈춘 곳에는 공터 뿐이었다. 인기척에 돌아본 담장 너머 말 한마리와 눈이 마주친다. 흠칫 놀라는 나와 무심히 하던 일을 계속하는 말. 그래 이 구역은 니 꺼 맞지. 제주 모마가 있는 미술가들의 마을이었다. 샷이 두 개 들어감을 확인하고 시킨 라떼와 어쩐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크림치즈브라우니. 흔한 하트를 그려주지 않은 투박한 라떼도, 역시나 어울리지 않았지만 싹싹 비운 브라우니도 좋았다. 무엇보다, 무관심한 시선, 그러나 우리는 너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는 당당함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우리가 사실은 니 편이야, 표현하지 않을 뿐. 이라..
아무때나 사진찍는거 진짜 스트레스. 신문에 쓰는 얘기 하나도 안 와닿음. 친한척 부담스럽다. 1반만 예뻐한다. 맨날 미적 쉽다쉽다하는데 진짜 짜증. 그냥 답지를 주지 왜 유튜브를 하겠다고 난린지 모르겠다. 다른반 애들은 1반만 예뻐한다고 싫어하고 1반 애들은 부담스럽다고 싫댄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내가 교평을 거부해왔는데. 열람하지 않을 권리 조차 박탈당했다. 이건 교평이 아니라 사이버폭력 아닌가? 백마디 칭찬과 감사가 있어도 딱 두 명의 평가만 기억에 남아 상처가 된다. 공지 없이 종례신문을 안 쓴지 삼주. 신문 안주냐고 아무도 묻지 않는다. 나의 금요일은 매우 한가해졌다. 아침 조회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지 삼주.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의 아침도 매우 한가해졌다. 나는 ..
수업중에 정시와 수시에 대해 얘길 나누다가 그래도 정시는 공정하잖아요. 라는 얘길 들었다. 수시는? 수시는 아니죠. 수시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뭐야? 부모의 재력에 따라 스펙이 달라지고... 정말? 너희가 겪은 평가중에 그런 부분이 있었니? 우리학교는 아니지만... 일반고는 1등만 밀어준다고도 하고 .. 당장 내 눈앞에 앉은 학생의 신뢰도 얻지 못하는 주제에 실체도 없는 ‘일반인’을 설득하려 하고 있었나보다. 우리는 아니지만 다들 그렇대요. 는 대체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나? 할말이 많지만,, 그냥 진도나 나가는 걸로. 1년을 키운 학생도 믿어주지 않는 생기부를 위해 난 무슨 짓을 하고 있나. 분명한 건, 수능세대의 수학교사에게 정시100퍼센트는 그 자체로 땡큐라는 것. (젤 자신있는게 수능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