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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대구는 아직, 너무 여름, 본문

딸공

대구는 아직, 너무 여름,

딸공 2026. 7. 25. 21:55

지난 33일간,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자주 대구에 왔다. 나는 교사가 된 이후 가장 많은 연가와 지각을 몰아쓰고, 파티마병원 동관 7층의 같은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쓰거나 먹었다. (하지만 사진은 죄다 먹는 것뿐이군…….) 그사이 1박 2일로 순천에 다녀오며, 순천 시민이 되면 어떨까 잠시 상상도 해봤다. (까였다.)

병실의 시간에는 계절이 없다. 오로지 하루, 24시간만 반복될 뿐이다. 더 나빠지거나 덜 나빠지는 둘 중 하나의 결과로 그다음 하루의 색깔이 정해진다. 한 번의 회진과 두 번의 수액 교환, 세 번의 식사와 네 번의 투약, 다섯 번의 바이탈 체크로 병실의 하루가 완성된다.
바깥은 이제 한창 여름인데, 초여름에 시작된 아빠의 시간은 장마도 폭염도 모른 채 제자리에서 맴돈다. 마치 온 동네가 재개발로 갈아엎어져도 35년째 혼자서 붙박이처럼 박혀 있는 아빠의 집처럼.

“아빠,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출근하던 아빠에게 전화를 걸던 스물네 살의 내 목소리와 2006년 초여름 파티마병원의 새벽 공기를 정확히 기억한다. 지금은 사라진 파티마병원 앞마당의 소나무와 벤치, 그 아래 흩어져 있던 수많은 담배꽁초들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아빠의 대답도. 그다음 말들도. 모두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저녁 6시. 에어컨마저 고장 나버린 아빠의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뜨거운 시각, 병원을 나와 무작정 걸으며 대구의 하늘을 채집한다.
20년을 더 자라 이제 너무 어른인 오늘의 나는 2026년의 파티마병원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생각하며. 아니, 기억을 정리하기에는 대구는 아직 너무 여름이다, 라고 생각하며. 아니 사실은 그냥, 아 개덥네. 라고 생각하며.
채집한 대구의 하늘을 갤러리에 꾹꾹 눌러 담는다.

대구는 아직, 너무 여름이다.

유일한 숨 쉴 공간이었던 병실 옆 휴게실.
원숭이보다 바나나를 많이 먹었던 6월의 나
는 개소리고 야무지게 잘 챙겨먹었네
언니가 주고 간 단백질바는 지나치게 건강한 맛이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지나고보니 후회뿐인 순간. 하지만 또 같은 순간이 와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말겠지. 지현쌤이 선물해 준 커피를 하루에 하나씩 까먹으며, 그냥 눈앞의 것들을 해냈다 언제나처럼.
잠시나마 반가웠습니다.
순천팔마운동장(?), 다행히 비가와서 뛰어보지 못했네요.
파티마병원의 완속 전기차 중전기는 주차빌딩 8층, 옥상에만 있다. 일반 차량은 절대 올라오지 않을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몰아둔 덕분에, 일반 차량이라면 절대 보지 못할 옥상 뷰를 독점한다. (파티마요양병원 뷰)
건물에 가려 당연히 철거되었을거라 생각했던 40년 전 아파트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도 주차빌딩 옥상뷰 덕분이었어요.
내가 웬만해서 더위를 타지 않는 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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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 코스트코까지 걸어왔다. 걷다보니 코스트코였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하긴 저 길은 내가 고등학교때 굳이 아침마다 정신차리겠다고 걷던 길이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도시락 두 개를 짊어지고 4킬로를 걸어 등교하고도 밤12시까지 한번도 졸아 본 적 없던 내가 당연한 줄 알았던 나라는 인간은, 진심으로 교사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6 익숙한 하늘과 낯선 길
7
8 맨발에 크록스신고 명품관 들어가서 가방 피팅해보는 어른의 패기. (는 저예요)
9 도보 3분거리에 동대구역이 있는건 아빠님 집의 유일한 축복이다.
10 온 우주가 리뉴얼되어도 같은 자리에서 지구를 지키고 말 것이 분명한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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