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고3 문과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본문
개학을 했다. 케이크와 미역국으로 시작된 충남고 급식은 성장기 청소년에게 맞춘 푸짐한 열량을 매끼 성실하게 제공해주고, 전입교사가 많은 3월의 교무실에는 쿠키와 떡과 샌드위치가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초코퍼지 20개와 요맘때 10개를 사서 교무실 냉장고에 비축했다. 다른 어떤 종류의 당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다.
대입에 사활이 걸린 듯한 3학년 교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보다 성실하고 무해한 납세자로 길러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외계인 같아서 헤드셋을 뒤집어 쓰게 된다. 대입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대학이 사라지면 고등학교 따윈 존재할 이유조차 없을 것만 같다. 아무래도 나에게, 고3 담임은 적성에 안 맞는게 틀림없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적성 타령이냐. 다만 내가 처음으로 가르쳐보는 경제수학이라는 교과가, 대다수의 수강생에게 ‘생애 마지막 수학’이 될 예정임을 떠올릴 때마다 흠칫 놀랄 뿐이다. 고3 문과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수학에 대한 평생의 이미지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이런 중요한 일을 나에게 맡기시다니요.
개학 첫 주 아이들과 인사겸 초기 상담을 가볍게 마치고, 주말을 탈탈 털어 학부모 전화 상담도 모두 마쳤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두지 않겠다는 작년의 다짐은, 결국 해내지 못했다. 올해는 마음이 가면 가는 대로, 예쁘면 예쁜 대로, 그냥 흘러가 보기로 한다. 올해 나의 교실엔 그 어느때보다 다양한 아이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대체 뭘했다고 입술이 다 터지고 혓바늘이 돋고 난리가 난거냐. 초코퍼지로도 해결이 안 되는 고통이라니. 아무래도 48만원짜리 소니 헤드셋은 노캔용으로 쓰기 너무 저렴했나 보다.
흘러가는 대로 지내다 못견디는 순간이 오면 알보칠을 바르고 엽떡을 먹으러 갈 것이고, 마음이 닿지 않는 어떤 순간을 마주하더라도 오후 3시 59분에는 입에 칼을 물고 퇴근을 할 것이다.
그냥 잘 지낼 것이라는 뜻이다.
이번 학기도 꼭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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