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오늘은 브이콘, 본문
월요일 아침엔 교실 청소를 한다. 1인 1역을 꼼꼼하게 나눠주고 매일 청소를 관리 감독할 자신이 없는 나는, 그냥 월요일 아침 청소기를 한 번 돌리는 걸로 일주일치 청소를 퉁친다. 일주일에 한 번 담임이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려줬으니, 남은 기간 자기 자리에 떨어진 쓰레기나 먼지를 치우는 건 자리 주인의 몫, 복도나 교실 앞뒤를 쓸어주는 건 매일 새롭게 탄생하는 지각러들의 몫이다.
두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에어팟을 꽂은 채 게임에 몰입한 아이들에게 월요일 아침부터 청소기를 돌리는 담임은 매우 성가신 존재다. 여러 번 불러도 꿈쩍하지 않는 아이의 어깨를 툭툭 쳐서 일어나 옆으로 좀 나오라고 한다. 가로로 든 스마트폰 속 게임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이는 자기 자리를 치워주는 담임에게 귀찮은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겨우 몸을 슬쩍 돌리고 발을 들어주는 정도로 자신의 몫은 다했다는 듯, 다시 게임 속으로 빠져든다. 흔쾌히 일어나 비켜주기만 해도 고마울 뿐, 빗자루를 들고 같이 청소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아이를 기대하는 건, 사치다.
월요일 1교시는 담임반 진로수업이다. 하지만 오늘은 6교시 체육 선생님이 수업을 바꿔달라고 해서, 1교시가 체육, 6교시가 진로가 되었다. 월요일 첫 시간 체육 괜찮겠니, 물론 괜찮았다. 충고생들에게 체육은 언제 해도 괜찮은 과목이니까. 월요일 아침 청소를 마치고 체육을 하러 뛰어나가는 아이들을, 5층 빈 교실에서 내려다본다. 설렁설렁 운동장을 한 바퀴 뛰고 언제나처럼 벤치에 자리 잡는 아이들과 당연하게 팀을 나눠 풋살을 하는 아이들.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눈물이 났다.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니 새끼나 똑바로 키우라는 집요한 익명의 괴롭힘이, 나는 전혀 괜찮지가 않다. 어쩌라고, 댓글이라도 달려다 멈춘다. 내가 대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나를 따라다니는 이 집요한 괴롭힘을,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까. 누군지 찾을 수 있다면 제발 좀 그만하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단 한 번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매번 당한다. 주말 오후 누군가가 전해준 그 글을 읽고 딸깍 켜진 지난 기억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밤새 덜덜 떨며 아팠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채 학교를 가서 아침 청소를 하고, 수업을 들어간다. 자습하자는 말에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며, 눈물을 겨우 삼킨다. 나는 지금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잘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집요한 괴롭힘은 전혀 멈추지 않았고,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가 되는 것 외에,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1교시가 끝나기 전, 체육하는 아이들 옆을 괜히 기웃거리다 매점에 가서 브이콘을 산다. 브이콘 열 봉지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도 같았는데, 오늘 매점엔 아홉 봉지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울 수 있었다.
충남고 매점에는 이제, 브이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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