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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충남고 생활은 어때? 좋아 보이는데. 오랜만에 만난 작년의 인연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좋아 보인다는 건 어떤 걸까. 나는 작년보다 더 좋은 걸까.충남고에서 한 학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그 아주 좋음이 교사로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그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마음 쓰지 않기를 꾸역꾸역 해내고 있을 뿐이다.눈앞에서 지적을 해도 게임을 멈추지 않는 아이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 욕하지 말라고, 게임 좀 그만하라고, 이제 곧 어른인데 뭐라도 좀 하라고, 그런 잔소리를 꿀꺽 삼키는 것. 골목길 차들 사이를 킥보드로 질주하는 녀석에게 위험하다고 겨우 한마디 건네고, 보란 듯 외면하는 모습을 애써 마음에서 지우는 것. 나 하나..

뜨거운 여름 내내 읽고 쓰며 보냈다. 아니 정확히는, 읽고 쓰고 고치고 고치며 보냈다. 글을 고쳐쓰다 보면 먼저 것이 더 나았던 것 같은 생각에 제자리를 맴돌고, 고쳐쓴 글에 컨트롤 제트를 누른 뒤에는 혹시 이게 나중에 떠오르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불안했다.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해서 투고했고, 또 한 편의 논문 초고를 끝냈다. 다시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녹음본과 녹화본을 꺼내들고 전사를 하는데 문득 이게 정말 생산적인 일이 맞긴 한 걸까, 회의가 들었다.뜨거운 여름 방학의 말미에 속초 출장을 다녀왔다. 검토를 부탁 받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도움을 주기보다 더 많이 배우고 온다. 여름 내내 글을 쓰느라 생각지도 못한 휴가 기분을 속초에서 아주 잠깐 느껴본다. 갇혀 지내는 출장에 바다 구경은 상상도 못할 일..

(이것은 여행기가 아니라, 그냥 먹은 것들의 기록이다.) Osaka 1끼, 방학식 날 저녁, 난바역 앞 겐로쿠스시, 물론 초밥 사진은 없다. 다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2인 3800엔. 만족. https://maps.app.goo.gl/3Si3osSX6u5jU9FX6?g_st=ipcOsaka 2끼, 조식따윈 없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쓰레빠를 끌고 나와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아침을 먹는다. (라고 쓰지만 당연히 평점 좋은 집으로 골라감..) 메시야 난바. 딱 깁밥천국 너낌. https://maps.app.goo.gl/ao95aTEaazN6tsJZ8?g_st=ipc오사카 성을 돌아보다가, 카페인수혈하러 툴리스 커피 Osaka 3끼. 맛잘알 동료쌤이 추천해준 미슐랭 맛집. 일부러 찾아간 보람이 있..
2025. 7. 14. 08:34 2학년 교무실 당겨받았습니다. 2학년 교무실 OOO입니다. - 아니, O반 담임 자리에 없어요?네 수업가셨는데요, 무슨 일이신가요? 말씀 전해드릴까요? - 아니 내가 지금 서류를 떼러 몇 번을 왔다갔다했는지 알기나 해요? 내가 얼마나 바쁜데 지금 담임이라는 사람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아버님, 지금 O반 담임선생님 수업가셨다고요. - 그러니까 지금 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냐고. 처음부터 똑바로 안내를 했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대체 사람을 몇번을 왔다갔다 하게 만들고 말이야!!저기요. 아버님. 화가 나시는 건 알겠는데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제가 아버님 화나게 한 건 아니잖아요. 지금 통화중에 점점 더 화를 내면서 언성을 높이시는데, 지금부터 녹음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