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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시험기간이라고 복도 모니터에 이런 귀여운 사진이 떠 있었다. 중간고사 응시 유의사항을 담은 평가부 공지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잠깐 지나간 사진이 너무 귀여워서 저걸 찍겠다고 한참을 서 있었다. (정작 아이들은 별로 관심도 없어보였지만.. )하루에 길어야 다섯시간을 자면서 낮시간을 버텨낸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쪽잠을 자가며 커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대체 뭐하느라 이러고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퇴근하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의지로 노트북도 두고 나왔지만 오늘도 결국 집에와서 아이패드를 꺼냈다. 남은 한 달은, 하루 최소 다섯시간은 챙겨 자야겠다.

지난 주에 dje메신저로 온 사진이다. 몇개 반을 돌며 학생들이 이 사진을 전자칠판 배경화면으로 깔아두고 갔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도서관 컴퓨터 바탕화면에 고 노무현대통령의 사진을 깔아두고 간 일도 있었다. 이 아이들은 겨우 07, 08, 09년생이다. 그러니 고 노무현대통령이 재임하던 기간엔 존재하지 않았고, 생을 마감하던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았거나 겨우 갓난아기였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대체 뭘 안다고 이렇게까지 고인을 조롱의 소재로 소모하는 건지, 처음엔 기겁을 했다가 나중엔 화가 났지만, 이제는 받아들였다. 아이들에게는 의도라는 게 없었다는 걸. 생각이 없는 줄은 알았지만 나의 상상보다 더 생각이란 게 없었던 아이들은, 고인의 존엄성조차 그저 밈으로 소모하는 중이었다. 고인이 어떤 사람인지..

그러고보니 학교 옮기고 쓴다는 글이 죄다 먹는 이야기 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가장 즐거웠던 일은 역시 먹는 이야기. 충남고에 와서 처음으로 매점을 가봤다. 매번 아이들이 열심히 드나드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간도 없고 딱히 땡기지 않아 가볼 생각을 안 하다가, 목요일 오후2시를 기점으로 급격히 혈중 초코퍼지 농도가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짝꿍쌤을 꼬셔 달려갔다. 충남고 매점엔 초코퍼지가 없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다행히 사실이 아니었다. (초코퍼지뿐만 아니라 초코퍼지 크런키도 있었다는. 하지만 파스퇴르 우유 모나카와 스윙칩 볶음고추장맛은 없는 것으로 밸런스를 맞춰 주었다. 또륵)벚꽃이 지고, 어김없이 시험기간이 돌아왔다. 잊고있던 일반고의 시험기간을 오랜만에 감상하니 생각보다 더 별로네 싶었고, 그 마음이 너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