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Archives
Recent Comments
«   2025/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day
Total
관리 메뉴

... 어쩌다 여기까지?

나아가고 있다. 본문

딸공

나아가고 있다.

딸공 2025. 9. 17. 21:27

남편은 출장을 가고, 아이들은 돌아가며 한건씩 해대고, 그 와중에 아빠님까지 입원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건 없는 채 멘탈만 너덜거린 2주가 지났다. 여름방학 전에 가버린 목은 돌아오지 않아 마이크를 절대 놓을 수 없는 상태로 수업을 하고, 7월 초에 투고한 논문은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었는지 소식도 없고, 호기롭게 시작하려던 연구는 이게 맞나 싶어 멈춰버렸다.

공동 작업은 더디고 개인 작업에는 의욕이 나지 않고, 학교일은 재미가 없고 아이들은 정신이 없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로 겨우 출근을 하다가 생각했다. 그래도, 2024년의 9월보다는 아주 조금 나아지지 않았냐고.

..아니다.
아주 조금이라니, 그 표현은 틀렸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다 깨지고 쏟아지는 상황이 와도, 2024년의 9월보단 나을 것이다.
그러니 마이크를 놓지 못할만큼 목이 가버린 오늘도, 내 교실이 엉망진창인 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월요일의 1교시도, 사실은 별 일 아니었던 셈이다.

구천을 떠도는 줄 알았던 나의 논문은 접수 완료 후 48일이 지난 오늘, 수정 후 게재가능을 달고 돌아왔다. 주말 내내 무엇을 위한 건지 모를 수정 작업을 하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2024년의 오늘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좋은 날이다.

2026년 9월의 나는, 오늘보다는 좀 더 좋은 하루를 살 수 있을까.
딱 그정도만 기대하면서. 어딘지 모를 곳으로, 나는 그냥 매일 나아가고 있다.

언젠가 나에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일주일이 주어지면 이 녀석을 끌어안고 하루종일 잠을 잘 것이다.



'딸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면  (0) 2025.08.23
가을보다 먼저 온, 개학  (0) 2025.08.15
방학이 3일 남아 다행이지.  (1) 2025.07.15
주말의 제주, 벌써 19년.  (4) 2025.06.23
넌 고양이처럼,  (0)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