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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5 We meet at Wimi
차 없는 이틀 동안 열심히 걸었다. 차가 없으니 걸을 수 밖에. 참 예쁜 동네구나 생각하며 지나던 길을 두 발로 디디며 걸어보니, 한달을 살았어도 미처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기쁨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정도가 적당한 전개일텐데, 솔직히 차로 다니는 길이 예쁘지 걸으며 구경하려니 다리가 아팠다 -_- (낭만따위) 물론 뚜벅이 여행의 장점도 꽤 있었는데,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소화가 되니 때되면 배고프고 뭐든 맛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맛집만 찾아다니며 먹어놓고 ‘뭐든’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건 좀 양심 없는 것 같지만..)
위미에 온 초반부터 한번은 가보자 벼르던 수와래 빵집에서 먹은 소금빵도 그 중 하나. 흔한 소금빵이지만 여기는 제주니까, 제주감성 가득한 가게에서 어렵게 맞춘 영업시간에 구매한 소금빵이라니, 안 먹어도 이미 맛있다. (물론 먹었다)
그렇다고 동네만 걸어다닌 건 아니었다. 한라산과 유채꽃을 한 눈에 보고 싶어 휴애리도 비싼 돈내고 들어갔었고, 한번은 가야겠다 생각했던 제주한란전시관도 다녀왔다. 차 없는 이틀은 우리 여행의 마지막 이틀이기도 하니까. 카카오택시는 어디서나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 중산간에 있는 휴애리에서는 당연히 5분 이상 기다릴거라 생각하고 출구에 도착하기 전에 택시 호출을 눌렀는데 2분 만에 도착 알람이 떠서 와다다 뛰어가 타기도 했다.
카페 오렌정원에서 나와 738m를 걸으면 제주한란전시관에 갈 수 있는데, 한라산을 빼꼼 보며 걷는 길이 홋가이도의 아오모리 같기도 하고, 후지산이 보이던 시즈오카 같기도 하고, 마냥 제주같기도 했다.
매주 수목이 휴일이라 집에 가기 전에 또 가긴 어렵겠다 생각했던 데스크앤테이블도 날짜가 미뤄진 덕분에 한번 더 갈 수 있었다. 2월의 메뉴는 시금치 파스타였지만 쿨하게 함박스테이크와 가지튀김을 시키고는 바닥에 소스까지 야무지게 긁어먹고 나온다.
꼭 그리고 싶은 그림이 생겼다는 재인이와 동백화방에 가서 나란히 그림을 하나씩 더 그리고,
갑자기 흐려진 날씨에도 위미항까지 걸어갔다가. (위미항 보도교를 걷다보니 여기가 속초인가 싶었음)
카페 서연의 집 앞에서 건축학개론이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나의 미니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금요일에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냐며 여기 저기서 카톡이 온다.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무슨 일이 생긴 건 맞는데 큰 일은 아니라고 했더니, 큰일도 아닌데 왜 제주에 아직 있냐고 묻는다. 큰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돈과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 별 거 아니라고 답한다. 세상에 돈과 시간으로 해결할 수 없는 큰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깟 차 고장쯤이야 (내돈..ㅠ) 별일 아니다. 위밋에 들러 동백화방에서 그린 그림 하나를 선물로 주고 인사를 한다. 저희 내일 가요. 와 이제 진짜 가는 거죠? 네. 그동안 감사했어요. 언젠가, 또 올게요!
해질녘 재인이와 나란히 걷던, 구름이와 별이와 예쁜 노을이 있는 이 길을 나는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예정보다 이틀 늦게, 예정보다 이틀치 추억을 더 눌러담고서, 우리는 내일 제주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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