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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안녕, 잘 있었니, 나, 다시 왔어. 본문

딸공

안녕, 잘 있었니, 나, 다시 왔어.

딸공 2021. 7. 1. 14:48

 집 마당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처음 밥을 주기 시작한 게 5년 전 일이었다. 쿠팡에서 가성비 좋다는 사료를 골라 정기배송을 걸어두고 아침 저녁으로 빈 그릇을 채워주며, 그릇이 비는 게 뿌듯했다. 그저 태어나보니 길이 집이었던 고양이들에게는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이 가장 아쉽다는 것도, 건사료만 오래 먹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저 가득 부어 둔 밥그릇이 까만 밤을 지나면 말갛게 이슬만 맺혀 있는게 좋았다. 한번도 곁을 주지 않는 고양이들이었지만,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눈치를 살피며 사라져버리는 아이들이었지만, 좋았다. 가만히 마주보던 눈 속에 빛나던, 파랗고 노란 짝짝이 색이 좋았다. 내가 잠든 까만 밤, 바톤 터치하듯 나의 마당을 지키며 하루를 살아내는 아이들이 좋았다. 
 2년 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왔다. 이제 그 아이들은 볼 수 없겠지. 습관처럼 주문한 사료를 부어두고 가만가만히 창가에 서 있다가 뜻밖의 오드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그 때 그 아이는 분명 아닌데, 경계심 가득한 파랗고 노란 눈이 반갑다. 
안녕, 잘 있었니, 나, 다시 왔어. 

언제나 가장 당당하게 밥을 먹고 가는 우유

 

늘 가장 조심스러운 커피 
잔디보다 돌바닥을 좋아하는 더운 날의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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