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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딜레마 본문

딸공

주말 딜레마

딸공 2020. 10. 19. 11:30

두 아이가 모두 한드미로 가면서 주말이 짧아졌다. 금요일 오후에 데리고 와서 토요일 하루를 같이 보내면 금세 일요일, 복귀 날이다. 나는 단양까지 가서 아이들 픽업만 하는 게 아쉬워 카페 투어라도 하자고 조르지만, 아이들은 집에 최대한 있고 싶어 일요일 아침마다 뭉그적거린다. 재촉하기 미안한 마음에 같이 뒹굴다 보면 어느새 오후, 단양에 도착하면 이미 저녁이다.

 

10월은 캠핑하기 가장 좋은 계절, 특히 요즘은 미세먼지도 없어 그냥 하늘만 봐도 좋은 나는 자꾸 나가자고 한다. 그런데 오랜만에 집에 온 아이들은 시골에서 매일 보는 하늘과 땅과 낙엽에 감흥이 없다. 이렇게 좋은 날 집에만 있다니! 하는 나와, 이렇게 좋은 집을 굳이 나가다니! 하는 아이들. 결국 우리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하늘과 땅과 낙엽을 바라만 보는 걸로 적당히 타협한다. 커피와 공간을 좋아하는 나, 휴식을 좋아하는 남편, 와이파이를 좋아하는 두 아이들(ㅋㅋ)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 곳, 토요일 오후 우리 넷의 시간은 주로 카페에서 소모된다.

 

밥도 맛있고 급식도 맛있다면서 집에만 오면 먹고 싶은 메뉴가 쏟아진다. 둘째 녀석이 늘 외치는 건 초밥, 큰 곰돌은 언제나 고기고기고기다. 아니, 한드미에서 굶었냐고?!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이고 싶은 나와, 닭갈비에 냉면에 고기에 초밥에 먹고 싶은 메뉴로 끝말잇기도 가능할 것 같은 두 아이들. 하루가 짧아 세끼밖에 먹을 수 없는 게 요즘 둘째의 유일한 고민인 것 같다. 결국 이번 주말도 여섯 끼 중 무려 세 끼 외식. . 이건 아니었는데.

 

격주로 돌아오는 아이들과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밀린 애정행각(!)을 벌이기에도 나는 마음이 조급한데, 아이들은 밀린 게임 시간을 쓰느라 더 마음이 조급하다. 연애와 결혼,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던 우리 가족의 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느낌이다. 단양 가는 길목에 카라반을 끌고 가서 장박이라도 할까, 반응이 시큰둥한 남편을 어찌 구슬려야 할까, 오며 가며 1박이라도 하면 불멍도 하고 라면도 먹고 좋을 텐데. 신혼이네, 좋겠다,는 동네 언니들의 농담에 실없이 웃다가도, 각자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려 노력하지 않으면 이대로 그냥 늙어버리겠구나 자각하며, 애들한테도 안 하던 잔소리를 남편에게 한다.

 

아이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짧은 가을 해는 이내 기울고, 단양에서 쏟아지는 차에 길이 막힌다. 이 사람들은 단양에서 뭘 했을까? 소백산도 보고 남한강도 봤겠지? 구경시장도 갔을까, 패러글라이딩도 했으려나? 예쁜 카페에도 다녀왔겠지? 주말 나들이를 마친 차들 틈에, 나 혼자 탄 차가 꾸역꾸역 스며든다.

 

송산리 고분군 다녀오는 길에 얻어걸린 카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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