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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6개월 본문

딸공

원격수업 6개월

딸공 2020. 10. 4. 22:21

추석연휴가 끝나고 다음 주도 원격 수업이다. 이제 그만 고3들이 원격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 바람일 뿐이고 통보 받은 회의 결과는 1,2 학년 격주 등교였다. 그런데 회의 결과를 전해 들은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다.

- 추석 끝나고 일주일 더 원격! 그 담 주 한 주 등교하면 그 담 주가 중간고사임!
- 어예!

뭐? 어예?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진짜였다. 원격이 더 좋은 거냐 묻는 나에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의외의 답변. 학교 오면 더 좋지 않나, 원격이 왜 좋은 거야?

- 원격하면 8시 10분에 일어나도 되고, 비는 시간도 많아서 공부도 더 많이 할 수 있어요. 편한 책상에 앉아서 온종일 내 계획대로 할 수 있는데 당연히 원격이 더 좋죠!
- 그래도 수업의 질이 좀 떨어지지 않니?
- 그렇긴 한데 실험 수업은 좀 아쉬워도 수학은 솔직히 괜찮아요. 쌤이 찍어주시는 거 돌려 볼 수도 있고 어차피 수업보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데 그런 쪽에서 보면 시간 확보도 더 잘 되고요. 그리고 EBS 걸어주는 쌤들껀 그냥 안 봐요. 그 파트는 학원 가서 수업 듣고 혼자 공부하는 게 나은 거 같아요.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교사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같은 과목을 셋이 나누어 가르치는데 직접 수업을 만드는 교사는 나뿐이었다. EBS 강의 영상 링크만 걸어놓는 교사들을 보며 자부심을 살짝 넘어서는 위험한 감정을 가졌던 것도 솔직히 사실이었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 정말 학교는 의미 없겠구나,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온라인 개학이란 요상한 것이 시작된 지 6개월이다. 그동안 올린 유튜브 강의가 21강, 총 30시간에 달한다. 촬영하고 편집한 시간을 계산하면 강의 시간의 다섯 배 이상은 족히 들어갔을 것이다.

온라인 개학이 길어지며 아이들 간의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들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되는 아이들과 아닌 아니들, 분명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만 격차가 벌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교사들도, 격차가 분명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플랫폼 하나 없이 밀어만 붙이는 교육부는 물론 문제지만, 언제까지 교육부만 탓하고 있을 건가. 이제 그만 2학년이 매일 등교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에, ‘원격이면 편하지 뭘 그러냐’는 답을 듣고 입을 닫는다.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개학 6개월, 교사들의 민낯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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