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야간 자율학습 감독 중.. 본문
자습감독은 아이 둘의 엄마인 나에게 부담스러운 일이어야 함이 분명한데.
난 늘 이시간이면 차분히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즐겁다.
담임이 아니니까, 한달에 기껏 두어번.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일지도.
아니면,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아니어서 일지도..
그렇다 하더라도,,
이 시간의 여유가. 즐겁고, 행복하다.
깜깜한 밤에 창문을 열어도 공부하기 딱 좋을 온도와 습도가 감싸주는 이런 날.
귀에 엠씨스퀘어 꽂고 앉으면 무슨 공부라도 잘 할 수 있을것만 같은데.
온갖 거울과 만화책과 잡동사니들로 어지러진 책상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아이들을.
난 솔직히 이해하지 못한다.
발령 첫 해엔, 공부를 싫어하고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교사로서 내가 가진 최고의 결격사유.라는 걸 깨닫는데 1년이 걸렸다.
적응인지, 포기인지 모르겠으나, 요즘의 나는.
렌즈를 끼고 비비를 바른 아이들을 대하며, 예쁘다고 웃어주고 농담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들을, 진심 이해하진 못한다.
그저, 수용하고 있을 뿐.
공부하고 싶다.
요즘 참 많이 하는 생각.
소설이나 교양서. 말고,
전공책 펴들고 미친듯이 집중하고 싶다.
어쩌면 요즘 내가 느끼는 허전함과 욕구불만..은
공부하고 싶어서. 집중하고 싶어서. 나오는 것일지도.
너무 오래 쉬었나..
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여유랍시고, 즐거운 척. 커피잔 들고 앉아 책읽는 거,
이제 그만하고 싶다.
왜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아깝기만 한걸까.
왜 나는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만족할 줄 모르는 걸까.
나, 요즘 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