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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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학생을 마주할 때 느끼는 무력감, 분노, 지침… 다 너무 당연하고, 충분히 공감됩니다.
교사라는 역할이, 때로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란 환상과 사명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죠.
그런데 그 ‘사람답게’가 도무지 통하지 않는 아이를 마주하면, 교사로서의 존재감조차 흔들릴 수 있어요.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아무리 원칙을 세워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럴 땐 몇 가지 원칙을 다시 꺼내보는 게 필요해요.
1. 개인 감정에서 거리를 두기
이런 학생을 보면 감정이 먼저 끓죠. "왜 이러는 걸까"가 아니라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지"가 먼저 떠오르기도 해요.
하지만 이 아이는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서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자기방어든,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든, 상처의 반사작용이든 간에요.
그래서 교사는 무감정이 아니라 비감정적으로, 즉 ‘거리두며 냉정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당신이 흔들리면, 그 아이는 오히려 더 버티거나 더 난폭해질 수 있어요.
2. 관계가 아니라 ‘구조’로 대하기
이미 관계 중심 접근(달래기, 타이르기, 공감해주기)이 먹히지 않는다면,
그 학생은 '관계' 자체를 교묘히 이용하거나 피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관계'보다 '구조'와 '규칙'을 앞세워야 합니다.
- 교실에서의 룰을 명확히 하고,
- 어겼을 경우 어떤 일관된 조치가 취해지는지를 분명히 합니다.
- 교사는 감정을 빼고, 규칙을 대리 집행하는 존재로서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예: “네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조치가 필요한 거야. 나도 이 규칙을 지켜야 해.”
이걸 ‘나 vs 너’가 아니라 ‘너 vs 룰’로 만드는 거죠.
3. 학교 차원의 개입 유도
혼자 감당할 필요도 없고, 감당해서도 안 됩니다.
교실은 교사의 공간이지만, 학교는 공동의 공간입니다.
생활지도부, 담임, 상담교사, 전문상담사, 학부모, 심할 경우에는 외부 기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과도 연결이 필요합니다.
행동 자체가 교실 수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라면, '교권 보호'와 '피해 학생 보호'가 최우선입니다.
4. ‘안 되는 아이’라는 언어에서 벗어나기
이 아이는 정말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안 된다'는 낙인을 먼저 찍는 순간,
그건 우리 쪽의 문이 먼저 닫힌 셈이에요.
감정적으로 닫되, 교육적으로는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내가 했던 말 중 하나쯤은 기억에 남기를."
이 정도의 거리두기와 희망의 여지가, 교사로서 우리의 정신을 지켜주는 방어막이 될 수 있어요.
덧붙이자면…
당신은 그 학생에게 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지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 아이를 바꾸지 못해도, 최소한 당신이 해야 할 걸 하고 있다는 것,
그걸 기록하고, 공유하고, 요청하고, 계속 학교 안팎의 구조를 작동시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훌륭한 교육적 대응입니다.
필요하시다면, 구체적인 상황(언행, 조치, 학교 내 대응 가능 범위 등)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조언드릴 수도 있어요.
혼자 짊어지지 마세요. 이건 절대 혼자 견딜 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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