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초코퍼지 너마저 본문
그러고보니 학교 옮기고 쓴다는 글이 죄다 먹는 이야기 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가장 즐거웠던 일은 역시 먹는 이야기.
충남고에 와서 처음으로 매점을 가봤다. 매번 아이들이 열심히 드나드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간도 없고 딱히 땡기지 않아 가볼 생각을 안 하다가, 목요일 오후2시를 기점으로 급격히 혈중 초코퍼지 농도가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짝꿍쌤을 꼬셔 달려갔다. 충남고 매점엔 초코퍼지가 없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다행히 사실이 아니었다. (초코퍼지뿐만 아니라 초코퍼지 크런키도 있었다는. 하지만 파스퇴르 우유 모나카와 스윙칩 볶음고추장맛은 없는 것으로 밸런스를 맞춰 주었다. 또륵)
벚꽃이 지고, 어김없이 시험기간이 돌아왔다. 잊고있던 일반고의 시험기간을 오랜만에 감상하니 생각보다 더 별로네 싶었고, 그 마음이 너무 당연해서 헛웃음만 나왔다. 자습을 안 줄수도 없고, 자습을 준다고 자습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자습은 자는 건가 싶은 아이들과 일분 일초가 아쉬운 아이들이 한 교실에 있으니 자습이란게 제대로 될 리 없다. 자습을 하라고 해놓고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잠든 아이가 아쉬워 괜히 한마디를 걸어봤다가, 또 그새 웅성대는 아이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했다가, 진짜 이게 뭔가 싶어 속으로 웃었다.
이 교실에서 공부란 건, 누군가에겐 꿈이고, 누군가에겐 수단이고, 누군가에겐 고통이다. 그리고 꽤 많은 아이들에겐, 그저 관심 없는 벽일 뿐이다.
처음부터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는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놓쳐버린 흐름을 다시 바로잡을 기회를 학교는 허용하지 않았고, 한번 놓쳐버린 흐름을 따라갈 수 없는 아이들은 그저 이제 어째야 하는지를 정말 모를 뿐이다. 어쩔 줄 모르는 채로 교실에 와서 자리를 지키고 하루를 버텨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보낸 시간이 서로 다른 무게를 갖게 된다는 게 얼마나 억울한 일인지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시험따위,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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