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엄마. 본문
어릴적 엄마는 두살 터울, 실제로는 20개월 차이나는 오빠와 나를 두고 '뭐든 똑같이'를 시전하려고 항상 애썼다. 그 시절 극장에서 개봉했던 '영구와 땡칠이' 같은 영화를 보면 심형래가 웃고 있는 책받침을 주곤 했는데, 그럴 때에도 '연년생이라 싸우니까' 꼭 두 개를 줘야한다고 덧붙여 꼭 챙겨 받아오곤 했다. 오빠보다 뭐든 한 치도 덜 받고 싶지 않았던 나는 엄마의 그런 대화를 딱히 부끄러워했던 것 같지 않다.
가끔 오빠와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같은 사람 이야기 맞는거야? 싶을 만큼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란다. 소세지 하나도 반을 딱 잘라 나눠주던 엄마는, 당신에 대한 기억 조각도 딱 절반을 잘라 서로 다른 조각을 오빠와 나에게 나누어 주고 간 걸까? 그럼 우리 둘의 기억 조각을 모으면 엄마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일상의 순간에서 마주치는 엄마의 기억 조각이 점점 빈번해진다. 엄마의 나이에 점점 가까워진 탓인지, 단지 다음주가 엄마 제사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지는 건 절대 아니더라. 엄마에 대한 기억을 모아 글을 써볼까. 그 전에 냉장고에 묵은 십오년 된 은행은 이제 그만 버려야 할텐데.
다음주 목요일은, 엄마의 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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