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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10월의 어느 날 본문

딸공

10월의 어느 날

딸공 2019. 10. 6. 22:26

1. 하시하지.
오랜만에 보러간 우금치 마당극.
연극과 공연에 대한 목마름은 늘 같은 자린데 취미와 운동, 일.. 무엇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내 저녁시간에 아이와 남편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가 더해지면 늘 가장자리로 밀려나 버리는 건 손쉽게 외면 가능한 나의 목마름뿐이다.
매번 공연소식 전해주시는 성장순선생님께 죄송해서라도, 연휴 캠핑에서 돌아오는 밤 공연을 예약해버렸다. 곰돌은 한드미에 있을거라 생각하고 세 장을 예약했다가 뜻밖에 꼬인 일정 덕분(!)에 넷이 나란히 입장. 한시간 반 야외 공연을 의외로 잘버틴 재니와 의외로 집중력 없던 곰돌(!!ㅋㅋㅋ ㅠ) 역시 얘넨 늘 예상 밖이다.

태극기 춤사위에서, 목청껏 외친 대한독립만세에서, 복잡한 요즘 시국을 떠올리는데 등 뒤에 앉은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그래, 어떻게 지킨 나란데. 어떻게 일으킨 나라여. 이걸 문재인이가 다 말아 먹네. 조국이까지.. 진짜 큰일이여.. 문제여!! '

아.. 완벽한 동상이몽. 공연 내내 정리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에 답답했던 나는, 더는 생각의 차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간극 앞에서 할말을 잃었다.

 



 

2. 뜻밖의 토크쇼
어쩌다보니 전국단위 행사에 마이크를 잡게 되었다. 그것도 중등교사는 나 뿐인 무대. 교육 정책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며 시작한 일이었는데 일이 점점 커진다. 동료들을 만나는 일에 책임감이 더해진다. 잘 하고 있는건가?

 

 


3. 어머님께서 유럽여행 선물이라며 보내오셨다. 내 또래들은 십년전부터 쓰고 있다는 에스띠로더 갈색병. 화해 돌려가며 저가형 화장품 대충 두드리고 사는 나는 받자마자 중고로운 평화나라를 생각하다가, 문득 이제 이런걸 좀 발라줘야하는 나이인건가 싶어져 화장대에 올린다. 연휴의 마지막날 밤 갈색병 스포이드를 무심하게 툭툭 털며 생각했다. 이런.. 와버렸군,이라고. 갈색병 쓰다가 보라병으로 갈아탔다는 사람 못봤는데. 특별히 엄청 좋아서가 아니라 이거라도 쓰니 이 정도일거다 위로할 수 있는 꼬투리가 필요해 쓰는 거라던 내 또래들의 시그니쳐 갈색병을. 나는 뜯어버렸다.

 



 

4. 우리의 가을은 여전히 찾아왔다. 정신 딱 차리지 않으면 스치고 사라져버릴거라고 통보하듯 차갑게, 갑작스럽게, 그러나 포근하게. 주말 오후 나는 여전히 그림을 끄적이고 책장을 만지작대며 에스프레소를 들이킨다. 여전히 재니는 컬러링북 앞에서 진짜 색이 뭐냐고 묻고 또 묻고, 여전히 서끄씨는 그런 재니한테 나보다 더 친절하다.


서초동에 모인 촛불 소식을 전해들으며 무엇이 옳은가, 무엇을 가르쳐야하나 생각만 많아지는 요즘이다. 우리의 세대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이 될까. 방구석에서 엄지손가락만 놀린 역사의 구경꾼으로는 키우지 말아야할텐데. 그러나 여전히 가장 두려운 것은, 결국은 침묵하게 될 일이다.

하시하지.
지금, 여기.
가을이 닥쳤고 곧 스며 사라질 예정이다.
흔적들을 여기 저기 남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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