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Archives
Recent Comments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day
Total
관리 메뉴

... 어쩌다 여기까지?

멀쩡하지 않아요. 본문

딸공

멀쩡하지 않아요.

딸공 2019. 7. 12. 11:30

'언니의 조언이 필요해요, 저 좀 만나주세요.' 한 마디에 달려와준 가춘쌤은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다며, 김딸공! 멀쩡하네! 하고 웃어넘겼다. 멀쩡하지 않아요. 고민이 많다고요, 라고 말했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그저 '아이들이 너무 잘 살아요.'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굳이 디테일을 추가하자면 (나 없이도)

공부도 잘 하고 수행도 잘 하고 운동에 음악까지 다양하게 즐길 줄도 아는 괜찮은 아이들인데, 나는 왜 자꾸 답답한 걸까. 아이들과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는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좀 가지라고 던져 준 주제들은 '생기부'와 '진로'라는 두 가지 필터를 거치고 나니 결국 제자리 걸음으로 돌아왔다. 니들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시작한 종례신문은 학술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가만히 두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충분히 잘 살아갈 것이 분명한 아이들인데.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갖고 그렇게 살텐데. 그거면 충분한 걸까. 평생을 모범생으로 칭찬만 받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냐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힘들어하던 내 동기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렇게 하나 둘 사라져갔던 아프고 아까운 내 친구들. 

열일곱. 생기부. 진로. 그래서 공부.

(담임 없이도) 잘 살아가는 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을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 나는 자꾸 아이들을 불러 세운다. 공부하느라 바빠 공부를 못하면 안되는 거라고. 그렇게 어른이 되면 정말 큰 일 난다고. 세상은 나같은 사람을 이상주의자라고 부른다. 오늘도 한마디 들었다. 쌤, 전교조예요? 그럴 거 같았어요!

이런 세상에서, 이런 아이들도, 담임이 바꿀 수 있나요?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체, 뭔가요....?

'딸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의 야감  (0) 2019.09.26
.....  (0) 2019.09.11
ㅠㅠ  (0) 2019.06.19
2019. 5. 15. 스승의 날.  (0) 2019.05.16
자녀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원하십니까?  (0) 2019.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