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20190807-20190811] 방콕, alone (5) 본문
왓포에서 짜오프라야 강을 따라 300m쯤 내려오면 제법 큰 규모의 꽃 도매시장이 있다. 어머니의 날(8월11일)이 가까워 꽃가게가 대목일때라고도 했고, 꽃시장이지만 꽃만 있는 건 아니라는 리뷰에 시장 구경을 가기로 한다. 어머니 날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어버이날 개념인줄 알았는데 태국 왕비의 생일이라는 설명에 엥?하는 나. 곳곳에 왕과 왕비를 모시는 사진을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다. 다르다는 게 이런거구나.
생화를 굳이 엮어 장식으로 만드는 익숙한 손길과 앳된 얼굴들의 부조화. 시장통 어린 엄마 옆에서 손가락을 빨며 잠든 아이들. 까맣게 고인 빗물이 튈까 샌들 신은 발과 카메라 든 손에 힘을 주며 걷는 여행자들. 모두가 각자의 몸놀림으로 바쁜 장면들이 이질감 없이 한 샷에 담기는 곳, Pak Khlong Flower Market.
시장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니 뜬금없는 곳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이보다 더 개연성 없는 전개가 어디냐 생각하는데 가만히 보니 강을 따라 꽤 큰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가장 몫 좋은 자리, 시장과 나란히 서 있지만 완벽하게 다른 세상을 구현하는 쇼핑몰, Yodpiman Riverwalk. 시장과 강 사이에 초현대식 쇼핑몰이라니.. 스타벅스 간판보다 더 높은 곳에 걸린 금빛 테두리의 국왕 사진이 모든 걸 설명한다. 여기가 방콕이야, 라고.
오던 길을 더듬어 다시 시장으로 갔다. 이번만큼은 시장의 맛을 먹어보리라. 골목 골목 훑다보니 역시나 식당들이 있었다. 팟타이 오리지널 하나 주세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곳이 아니라서 한 그릇에 40바트. (아까 먹은 아아메가 100바트였는데.)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 나와 내 앞자리를 몇번이고 다시 닦아주는 주인아저씨. 갓볶은 팟타이를 내오며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이건 매우니 조금만 넣으라고 소스통을 하나하나 짚어 설명해주는 아주머니. 수저통까지 통째로 들어다 놔주며 부부가 나를 바라본다.
오 마이 갓. 정말 정말 맛있었다. 주방과 식탁 사이의 거리가 1m 뿐이라서인가요, 주인 아저씨가 숨은 고수였던가요, 아니면 그냥 내가 너무 배가 고팠나요. 애니웨이,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팟타이 중 최고... 굳이 파파고를 꺼내 태국어로 더듬더듬 말씀드렸다. 정말 맛있었어요. 최고였어요. 잘먹었습니다. 반짝이던 두 눈의 선한 느낌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여기가 진짜 방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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