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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여기까지?

2019. 5. 15. 스승의 날. 본문

딸공

2019. 5. 15. 스승의 날.

딸공 2019. 5. 16. 22:23

스승의 날 아침, 여전히 아이들은 포스트잇에 평소 하지 않던 말들을 적어 주었고, 청탁금지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학급 반장이 카네이션 한 송이를 건네 주었다. 복잡한 마음의 스승의 날 아침. 스승의 날만 되면 갑자기 더워지는 날씨에 체육대회로 하루를 보내고, 퇴근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먼지와 땀에 범벅이 되어 집으로 향한다.

퇴근 후, 고기나 먹자고 찾아온 작년 아이들과 오랜만에 불판에 꾸운 고기를 배터지게 먹고 나와 너른마당에서 놀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깔깔 웃는 나, 참 오랜만이구나. 작년 아이들이 준 편지 중에 이런 말이 있더라, '쌤 솔직히 저희가 이 학교 마지막 학생이라 쌤도 좋으셨죠?' 라고. 찾아 오지도 않는 녀석이!

솔직히... 좋았나보다. 지금은?

나쁘지 않다.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안줬으면 서운했을거다. 내가 적어도 그정도 인사 받을만큼은 니들한테 감사한 사람 맞다. 감사함도 표현하지 못하도록 가르치는 학교라니, 이게 잘하는 짓인가?

경찰의 날, 국군의 날, 소방의 날.. 모든 직업군은 그들의 날에 축하받고 격려받는데, 스승의 날 교사들은 청렴 연수를 강요받는다.

청렴청렴, 이 시즌만 되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날아드는 공문과 메세지에 짜증이 치밀다가, 그래 그런 공문 내려보내시는 윗분들은 그들의 젊은 시절을 기억할테니 우리가 못미더운게 당연하지, 라고 역지사지 해드리기로 했다. 받지말라는 명령은 받아본 자들이라 하는 거다. 처음부터 그런 거 상상도 안해본 세대들한테 자꾸 떠들고도 못미더운 마음, 이해하자. 라고 다독여 본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진다.

그래도 90년생, 00년생,.. 학부모들의 세대가 나이를 먹을수록 교사에 대한 이미지는 호의적으로 변해 갈거다. 교사 집단이 적어도 그렇게 바른 방향으로 변해 오고 있으니까. 라는 믿음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스승의 날이 또 한번 지났다. 나의 교사 나이도 한 살 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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