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12월의 인사기록카드 본문
12월이다.
공립학교는 또 다시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새로 올 사람 속에서 혼란과 설렘의 시간을 맞이한다.
인사기록카드를 들여다보며 한 줄씩 빈칸을 채워나가는 작업은 늘 뿌듯함과는 거리가 멀다.
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죄다 빈칸인가.
왜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은 별로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던데 그리도 쓸 말이 많은가.
이쯤되면 <열심히 살았다>를 다시 정의해야 하나?
눈에 보이는 성과와 실적을 성문화하는 작업, 그게 나이듦이고 요령이며 노하우 또는 처세겠지.
업무포털을 스캔하다 추천서 명단에 아연해진다.
그 실적들.. 과연 몇 줄이나 진짜 하셨어요?
이 나이 먹도록 그깟 처세 하나 배우지 못한 나는 참 순진하다.
아이들 눈 마주보고 속상한 일 없었나 마음을 나누는 일보다
멋진 멘트 화려한 보고서가 더 훌륭한 교육임에,
아직도 동의하지 못하므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옴. 이란 말을 스스로에게 써붙이고 결재까지 올리는 멘탈을
장착하지 못했으므로.
앞으로 3개월, 얼마나 많은 인사를 주고 받으며 또 상처를 새기게 될지 벌써 두렵다.
공립학교의 겨울은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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