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종례신문 편집을 마감하며> 본문
2018.03.09. 제1호~ 2018.12.28. 제37호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발행되었던 종례신문을 닫았다. 여름방학 특집호까지 총 38호. 1년간 2학년 4반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은 기록..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시작한 나에게 올해 4반 아이들은 선물 같았다. 깜빡이도 안켜고 훅 치고 들어오는 친화력부터 혼내는 앞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대책없는 밝음까지. 미워할 수가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또 한해를 흠뻑 빠지고 말았다.
상처를 지레 겁먹는 교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무처럼 살겠다는 되지 않는 다짐까지 해가며. 어디 한번 해보란듯 뚝 떨어진 이 아이들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든 느낌이다. 나는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상처를 받더라도 또 흠뻑 뛰어드는 교사로 살게 될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면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예정된 일정이 모두 엉켜도 마냥 즐겁더라. 나에게 학교는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일이 좀 꼬여도, 뜻대로 되지 않아도, 좋은 날도 나쁜 날도 마냥 좋은 기억만 남겨지고 마는 그런 여행이다. 여행 끝에 남겨진 기억이 더 따뜻할 수 있도록 지금 더 진심을 다하는 일, 2019년에도 그저 지금만 같기를. 떠남과 만남이 곧 시작될 연말, 너무 슬프고 아쉽지는 않기를. 그냥 그거면 족하다.
<종례신문 편집을 마감하며>
2018년 12월 28일 종례신문 마지막 호를 발행합니다. 때로는 다정했고 때로는 즐거웠고 또 가끔은 슬프기도 했던, 우리 2018년의 모든 이야기를 닫습니다. 여기에 담긴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가 오래오래 남아 서로를 이어주기를 바라며, 누구보다 반짝이던 너희들의 열여덟 살을 기억하겠습니다. 이제 한 살 더 나이를 먹고, 한 걸음 더 어른이 되어가며 열여덟의 반짝임에 깊이를 더해나가기를,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보다 마음 따뜻하고 정의로운 어른으로 자라주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어렵다 탓하지 말고 서로에게 기대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발맞춰 함께 걷고 함께 웃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먼저 손 내밀어주고 먼저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4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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