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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설거지 본문

딸공

심야 설거지

딸공 2018. 10. 1. 23:34
야매살림 13년차의 내가 집안일 중 유일하게 꺼리지 않는 건 밥하기와 설거지 뿐이다. 물론 피곤에 쩔은 퇴근 후의 저녁밥 먹은 설거지나 주말 6끼 집밥 후에 쏟아진 폭탄 설거지는 좀 예외지만.

늦은 밤 두 아이들 모두 잠든 뒤 조명을 반만 켠 채 도둑손길로 조심조심하는 설거지는 해본 사람만 아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뜨거운 물에 소독하듯 씻어내는 식세기도 있지만, 고무장갑이 버틸 수 있는 임계값만큼의 열탕에 직접 헹궈내는 심야 설거지의 맛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매력적인 작업이다.

특히,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마음 한켠이 섭섭함으로 그득할 때
눈물이 표면장력의 최대치만큼 한껏 부풀어 올랐는데 나 지금 이러하다 말을 할 수도 없을 때
그럴 땐 심야 설거지가 좋다.

뜨거운 물에 기름때가 녹아내리는 걸 고무장갑 끝으로 뽀득대며 확인하고 소리나지 않게 가만가만 그릇을 내려놓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런 끝은 좀 너무하지 않나 서운함이 한껏 차오르지만 다 내 몫인 거라고. 서운해 말자고.
어차피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이 세상에 없더라고.
그러니 그냥, 괜찮다고.

꿈같던 더위도 끝나고 열탕에 뽀득대는 심야 설거지에도 땀이 나지 않는 계절, 한동안 밤엔 설거지를 하게 될 것같다.  서운함도 설렘도 다 잊혀질 때까지..

어차피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이 세상에 없더라..





길은 그냥 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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