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아침 한 시간. 본문
육아시간이 끝났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온다는 건, 한 시간의 여유가 더 생기는 일.
어차피 집에 더 남아 뭔가를 할 수 없다면,
그냥 일찍 오는 편을 택하기로 한다.
7시 반에 교무실 문을 여는 나에게, 빈센트가 깜짝 놀라며 외친다.
- WOW SUPER EARLY!
- I NO I NO~
1학기엔 1교시가 계속 비어 있어서,
이 시간을 들여 할만한 의미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책을 꺼내 들었다.
인강듣고, 책보고, 그렇게 시작하는 아침 한 시간.
참 오랜만인데. 참 좋다.
육아시간을 쓰지 않았다면 생각지 못했을 아침의 한 시간이다.
다짐해본다.
2학기엔 1교시가 생기겠지만.. 그래도 하루 한 시간 정도는,
꾸준히 몰두해보자. 라고.
그러고보면, 신탄진고에 와서 몇 달.
꿈속에서 있었던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문득 정신차리고, 둘러보니.
아직도. 적응해야 할 것과, 내가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
엄청 많더라.
또 다시 생각한다.
몰두해서 만들어낸 시간만이, 나를 인정해줄 거라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일 따위,
하지 않겠다고.
며칠째 비오는 오후.
수업이 비어 책상 정리까지 싹 하고 나니, 더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듯.
마음도, 머릿속도. 오랜만에.
좋다.
이제야 좀 나 답다. 라고 느껴지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