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일기. 본문
1. 1학기의 마지막 출근일.
오늘은 1학기 마지막 출근일..
새 학교 옮겨서 근무시간 길어진 나와,
여느때보다 서너배나 출장과 회식이 잦았던 서끄씨.
이번학기는 우리 네 식구에게 유난히 몸이 피곤한 학기였다.
다음주도 아무일 없다는 듯, 똑같이 출근해야 하지만.
어쨌든 한 학기는 갔으니까.
잘 버텨냈다. 라고 생각하며..
수리도, 곰돌도, 나도, 서끄씨도. 애썼다.
어쨌든 2학기는 좀 짧으니까.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잡생각도 좀 사라지는 법이니까.
이제 우리도 좀 자랐으니까.
한동안 헤메이던 심란한 마음들도.
요즘은, 좋다.
한국사 공부를 하고 있는 날 보며 부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이제 그런거 말고 돈 되는 공부를 좀 해볼 생각 없냐며.
그리고 틈날때마다 스리슬쩍 흘리는 주식공부하자는 유혹.. ㅋ
우리 부장님 은근 귀엽고 집요한 구석이 있었네.
죄송한데 먹고 죽을래도 없어요. 라고 하려다가,
그건 촘 없어보이니까 쿨하게 한마디,
죄송해요! 노력없이 뭐 얻는거 별로라서요!
그랬더니 더 쿨하게 부장님 한마디,
그거야 말로 철모르는 소리! 주식으로 돈 버는건 수업보다 몇배는 더 노력이 필요하거든? 이라며.
그렇잖아도 한국사 셤 끝나면 부동산 공부를 좀 해보고 싶었는데,,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밑천 없기는 마찬가지!
2. 예쁜이들.
대학교때 교양과목으로 CEO와 리더쉽 특강,, 이라는 걸 들은 적 있었는데.
그 때 특강 내용중에 '나의 리더는 몇 점?'이라는 약식테스트가 있었다.
가장 싫어하는 리더를 한 명 떠올리고, 아래 항목에 답하시오..
- 당신의 리더는 일처리에 있어 공정하다 : 0 ~ 10점.. 등등,
뭐 이런식..?
그런데 반전은, 그 점수를 합산한 최종 결론이, 바로 '당신의 리더쉽 점수'라는 것.
싫어하는 리더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자세.
그게 리더쉽의 핵심이다. 라는 거.
결론은, 지가 리더쉽 있으면 빌어먹을 리더한테서도 장점을 찾을 수 있는 거다. 이거.
요즘들어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선생님 너무 좋아요. 선생님 사랑해요~ 라고 앵기는 이쁜이들은,
스스로가 예쁨받고 사랑받는 법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
반면 매일 저 선생님은 어때요, 저 선생님은요.. 라고 매일 투덜투덜하는 아이들은,
스스로가 투덜투덜과 불평불만에 가득찬 아이들이라는 것.
지난 토요일, 마지막 토요보충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떡볶이 사주세요~ 노래를 하길래, 떡볶이를 만들어갔다.
토요일 아침부터 사올데도 없을 것 같고, 뭐 내가 만드는 게 파는 것보단 백퍼 맛있을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 아이들, 온갖 찬사와 오바를 겸해가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더니, 바닥에 국물까지 주먹밥 비벼넣어 싹싹 긁어 먹었다.
선생님께 얻어먹기만해서 죄송하다며, 센스있게 커피까지 한 잔 타다 주며 마무리하는 귀요미들.
선생님에 대한 답례라며, 돌아가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보통 혼자 나가서 하라면 멍석 깔아줘도 잘 안하는데, 무반주 댄스까지..
그렇다고 평소에 그렇게 끼 많은 아이들도 아니고, 그냥 쑥맥에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의외.
우리 곰돌, 수리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이정도로만,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주면 좋겠다.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들을 한다.
3. 엄마 제사.
벌써 햇수로 7년,,?
엄마 제사때마다 후회스러운 한 가지는, 왜 좀 더 밝게 웃는 사진으로 영정사진을 해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것.
충분히 오래 병원에 계셨는데, 그 시간동안 준비할 수도 있었는데,
언젠가는 닥칠 일일 것을 알면서도, 그런 것을 준비한다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막상 그 일을 당한 그 아침,
정신없이 신분증에 있던 사진 오려내서 사진관에 급히 맡겨 만들어낸 저 영정사진이,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영정사진을 나중에 바꿔도 괜찮은걸까?
오늘은 기필코 6교시 마치면 도망가리라. 마음먹고 가방도 차에 두고 올라왔는데,
툭~ 쿨이 왔네.
7교시에 직원연수한단다.
참교사 김슨생 싸인하고 사라져야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