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첫째와 둘째. 본문
참 이상한 일이다.
수리가 울면, 그래 좀 울수도 있지.
수리가 자다가 깨면, 그래 아기들이 다 그렇지,
수리가 보채면, 그래 이맘땐 원래 그런거지.
수리가 분유를 찔끔찔끔 먹다 남기면,, 그래 오늘은 별로 안먹고 싶은가보다.
수리가 응가를 하루 건너뛰면, 뭐 내일 푸지게 싸려나부지,,
그냥 그럴수도 있지. 그럴수도 있지. 다 그런거지,, 이런 맘을 갖게 되는데.
어째서 곰돌이가 하는 일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여유가 생기지 않는건지 모르겠다.
곰돌이는 늘 제 시간에 일어났음 좋겠고,
매일 밥은 편식하지 않고 같은 양을 꼬박꼬박 먹어줬음 좋겠고,
유치원에서 발표하는 거, 챙겨가야 하는 거, 해 내야 하는 거 하나도 빠짐없이 잘 했음 좋겠고,
또 제시간엔 양치질을 했음 좋겠고,
군것질은 하루 하나만 했음 좋겠고,
매일 밤 8시 반엔 우유를 마셨음 좋겠고,
매일 밤 9시면 책을 읽었음 좋겠고,
매일 밤 9시 반이면 불끄고 잠자리에 들었음 좋겠는건지..
어째서 이 아이한테는 이렇게 여유가 안생기는지,
어째서 이 녀석한테는 이렇게 욕심 아닌 욕심이 자꾸만 나고, 마음이 비워지질 않는 건지.
아침마다 조금만 조금만 미뤄대는 곰돌이를 보면,
어째서 이렇게 짜증이 밀려 올라오고,
내 마음을 달래려고 해봐도, 이 녀석만큼은 꼬박꼬박 잘 해주길 바라고 있는 건지.
곰돌이 키우면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둘째는 참 수월하다 이런 생각을 늘 하면서도,
어째서 그 여유는 어디까지나 수리한테만 적용이 되는건지,
어째서 이녀석한테는 자꾸만 싫은 소리, 모진소리를 하고 돌아서서 죽어라 후회만 하는건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늘 아침엔 '내 일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라고 말하는 곰돌한테,
'그래! 니가 알아서 하다가 유치원 선생님 차 떠나가도 엄만 몰라"
요딴 소리나 해댔다.
보내놓고 그렇게 후회할 걸, 어째서 그 순간에 밍기적거리는 그 꼴을 못참은 건지.
첫째라서 잘했음 좋겠고, 완벽했음 좋겠다 생각하는걸까?
아님, 내가 내버려두면 이녀석이 혹시라도 잘 못클까 두려운걸까?
오늘 곰돌이를 보내놓고, 예전에 울 엄마가 엄마 친구들과 하던 얘기가 떠올랐다.
'작은 놈이 백점맞아 오는 것 보다, 큰 놈이 90점 맞아오는 게 더 뿌듯하고 기쁘다' 라고.
그 땐 그 소리가 참 야속하고 속상하더니,
곰돌이한테 맨날 잔소리만 늘어가는 나를 보니,
나도 별 수 없는 것 같다.
오늘 지역 카페에서 누가 6살짜리들 원어민 수업 같이하자며 글을 올렸던데,,
영어교육 아직 이르다 라고 수없이 생각해왔던 나지만,
그 순간 참 많이 흔들렸다.
조회수 10일때 봤는데 선착순이라는 말 때문인지,
아님 요즘같은 시기에 직장다니는 엄마 애들이 그룹 수업에 끼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기 때문인지,
1시간 가까이 전화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 욕심이다. 라고 스스로 맘을 다잡았다.
(그리고 나서 다시 들어가보니 버얼써 마감이더구만.. ㅎ)
어째서 자꾸만 곰돌이한텐 이렇게 욕심을 부리게 되는 건지,
참 어려운 일이다.
곰돌이 키우면서 참 뜻대로 안되고 내 맘이 안 다스려질때마다 늘 되뇌이는 어느 책의 글귀,
첫 아이가 한 살이면 엄마도 한 살만큼 자라고,
첫 아이가 두 살이면 엄마도 그만큼 자란다. 라고
곰돌이한테 자꾸 이러는 게,
아마도 내가 엄마된지 이제 겨우 여섯 해라,
엄마 나이 여섯살에 부족한 때문이라. 그렇게 위안삼는다.
첫 아이는 그렇게 엄마랑 같이 커가나보다.
그래도 내일은 뱉어놓고 후회할 짓 하지 말아야지.
맘대로 안되겠지만..
옆에서 김수리 또 운다.
그래 좀 울 수도 있지 뭐.
근데 김곰돌은 놀이터가서 왜 안돌아오는거야!
치카치카 시간인데, 당장 데릴러 가야 겠다.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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