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여기까지?
방학이 끝나가는데. 본문
이번 방학에 맡게 된 반은 1학년 여학생 A반, 남학생 C반.
극과 극인 아이들을 동시에 다뤄서인지,, 남학생 C반은.. 정말 정말 힘들다.
시작부터, 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20명 중에 10명은 늘 자리에 없고,,
자리에 앉은 10명 중에 8명은 엎어져 자고 있고, 나머지 두 명은 만화책을 본다.
풀이를 적어주고 옮겨 적어라. 같은 수업은 진짜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 책이라도 읽어라. 피곤하면 좀 자라. 그런 마음이었는데,,
복도를 순회하던 장님이 밖에서 창문으로 애들을 깨우는 사태 발생..
결국, 수업시간에 딴 거 하지 마라,, 못알아 들어도 일단 옮겨 적어라. 라고 강제하기에 이른다.
이제 이틀만 더 버티면 이것도 끝인데, 이 아이들과 좋은 관계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언제부터인가 나를 따라다니던,,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좋은 교사'일지도 모른다는,, 컴플렉스..가 더 굳어질 것 같아서,,
우쭈쭈 달래가며,, 안잔다고 이쁘다고 마이쭈도 쥐어주고, 게임도 하고, 로직도 하고,,
참 별짓을 다 해가며 버텼다.
맨날 자다가 하루 깨 있으면 폭풍칭찬해줘가며 사탕도 쥐어주고,
다 같이 엎어져 자고 있을 땐 빙고라도 한 판 하자면서 달래고.
대체 이 방학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수십번 수백번 후회하고 고민하면서,
복도에 돌아다니는 장감님 눈치봐가며, 애들 비위 맞춰가며, 돌아버릴 것 같은 시간이었다.
이제 진짜 이틀만 버티면 끝이었는데.
오늘 아침 첫 수업에서 결국 또 터지고 말았다.
너무 많이 자고 있어서, 그래 빙고 한 판 하고 잠이라도 깨자. 했는데,
끝끝내 일어나지 않고, 종이도 안꺼내고 꿈쩍도 하지 않는 몇 명.
순간 진짜 이새끼들은 왜 여기 와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가라고. 복도에 나가서 엎드려뻗쳐 하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에, 그렇게 얼르고 달래도 3주를 꼼짝도 안하고 자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난다.
사탕에 마이쭈 쥐어줘도 그 순간 뿐이던 아이들이 갑자기 다 일어나 각잡고 앉아서 수업듣는 척.을 한다.
멍해졌다.
내가 지난 3주간 한 짓들은 다 뭔가.
얘네들, 인간적인 대우를 바란다면서. 결국에 얘들을 움직이는 건 막말과 쌍욕 뿐인가.
딱 5분 소리 지르고, 말끔해진 수업 분위기에.
나 진짜 슬퍼지고 멍해진다.
인간적으로 대해 달라면서 좋게 말하면 안듣고,
성적으로 비교하지 말라면서 지들은 선생 출신학교보고 가려 듣는다.
그래 니들은 아직 어리니까. 라고 우쭈쭈하고 넘기기엔.
나도 사람인데.
참 힘들다.
아침부터 기운빼고. 나 정말 펑펑 울고 싶은 마음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