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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본문

딸공

개학.

딸공 2018. 8. 12. 16:54
아침에 눈을 뜨며 생각한다, 오늘이 방학의 끝날이구나.

헬로카봇 극장판을 보겠다는 셋을 들여보내고 맞은편 카페에서 공지영언니의 신간을 읽다가 아, 안되겠다.하고 백화점으로 들어간다. 급하게 텨나온 몰골 그대로 맥 매장에서 립스틱을 고르는데 친절한 직원이 다가와 묻는다. 테스트 해드릴까요? 대충 걸쳐입고 나와도 백화점 1층 매장 립스틱 몇 개쯤은 가볍게 구입할 여력이 느껴지는 나이, 백화점 어느 매장에서도 자연스러운 친절한 응대를 부르는 나이. 친절함에 대한 보답과 개학 맞이 멘탈셋업 중간쯤의 스탠스로, 립스틱 두 개와 프라이머 하나를 결제한다. 누구도 새 립스틱인지 알아볼 수 없을 늘 바르던 색상으로 하나, 어쩌면 한 번도 발라보지 못할 듯한 피빨강으로 하나, 이 정도의 밸런스는 기본이다.

방학숙제로 아이들에게 손편지를 쓰라고 했다. 요즘 세상 어느 교사가? 라고 할 일 맞는데, 방학맞이 담임쌤께 편지써서 우편으로 보내기 정도는 당당하게 시킬 수 있다 생각하므로. 휴가 끝자락 도착한 집에서 날 기다리는게 밀린 택배만이 아니라는 게 그렇게 큰 위안일 수가 없었다. 그래 이쁜이들, 우리 또 2학기에도 그렇게 지내보자.

휴가기간에 읽은 책들 중에서는 피프티피플이 젤 괜찮았다. 보건교사 안은영 때는 다소 난해했는데, 정세랑작가, 필력 인정. 그리고 나의 작가보는 눈 없음도, 인정.

공지영언니는 여전했다. 정의롭고 따뜻하기란 쉽지 않은데 긴 시간을 들여 조심스럽게 서술했을 문장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2학기, 곧 루시드폴과 커피소년이 귀에 감기는 밤이 올 것이고 또 혼자 걷기엔 쌀쌀한 날이 오겠지? 영월의 밤하늘을 보며, 청주의 새벽공기를 들이키며 생각했다. 더는 깊어짐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두 발이 푹푹 빠지게 되더라도, 매 순간 진심을 다하자고. 그래서 끝을 이야기 할 순간이 오면 우리 참 괜찮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하며 헤어질 수 있을, 딱 그 정도면 된다고.

올 겨울이 오기전에 피빨강 립스틱을 발라볼 수 있을까? 개학을 앞둔 밤의 설렘이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기를. 낯설게, 조심스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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