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시들함.
휴직 두 번째 학기.
요즘은 매사가 시들하다.
처음 휴직때의 설렘이 없어진건지, 집에 있다보니 감이 떨어지는 건지,
소설은 시들하고 실용서는 반항하고 싶어지고 인문서는 재미 없다.
책이 시들하니 영화도 드라마도 그닥이다.
티비가 시들하니 결국 남은건 수다뿐이더라.
그런데 그 관계라는 것마저, 슬슬 지겨워지려고 한다.
관계에 지치는거 안하려고 했는데, 또 반복이다.
다시 땅파고 조금 들어갈 타이밍인가.
추석 연휴 전후로 모든 것이 슬럼프.
추석.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결혼 후 첫 명절을 바쁘다고 안온 시동생네 가족얘기에,
다들 어쩜 며느리가 그래? 라고 한다.
어쩜 아들이 그래?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
어쩜 여자들이 다 그래? 여자의 적은 진짜 여자인가?
누가 오거나 말거나. 솔직히 그마저 시들하고 관심 없는데.
그냥 다 같이 시들해져서 명절따위 연휴느낌만 갖고 갔음 좋겠다.
여행가고싶다.
캐리어 질질끌고 폼나게 떠나는 여행 말고,
백팩매고 젊은이 코스프레하며 다녀보고 싶다.
결국 애 없이 가고 싶단 소리잖아.
육아휴직인데.
육아만 빼면 좀 삶이 나을것 같은 그런 설렘.
하긴.
학교도. 애들만 없임 다닐만 하지. ㅎ
공부도. 시험만 없음 할만한 것처럼.
시들한 가을날, 날씨만 참 좋다.
캠핑가고 싶다.
오늘은. 대전온지 6년만에 처음으로 은행동.을 가봤다.
대전사람들이 '시내'라고 부르는 그 곳.
지하상가를 들어갔는데, 어쩜 10년전의 동성로랑 똑같아도 너무 똑같다.
대전이 그러고보면 대구보단 좀 늦나?
바람쐬러 간 곳에서 괜한 향수에 젖는다.
그래서 기분전환삼아, 셀카봉을 샀다.
이건 요즘 대세니까.
절대 셀카봉을 사러 시내를 나갔던 건 아니지.
그냥 갔는데. -> 지하상가를 보니 문득 대구가 떠올라 -> 집에 가고 싶어졌고 -> 우울하니까 -> 셀카봉을 사고 기분을 풀었지.
그래 이게 사실이야. 셀카봉을 사러 서끄씨를 꼬셔서 나간건 아니지 절대 아니지.
어쨌든, 셀카봉을 사고 나니 하루가 보람차게 느껴졌다. -_-
독지사 자격증이나 따볼까 했는데 시험날짜가 하필 11월 22일이네.
그날은 내가 김곰돌 어린이와 태국으로 튀는 날인데. 제길. 계속 멍때리라는 신의 계시..
시들한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생각.
그리고, 지금 아님 또 언제 이렇게 멍때리며 살아볼 시간이 나한테 있겠냐는 생각.
그래서 오늘 밤엔, 맥주 한 캔만 까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