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공

스승의 날에 대한 단상

딸공 2012. 5. 15. 11:27

해다마 이맘때면 진짜 '난리' 라는 말이 딱 맞을 일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 같다.

학교 보낸 학부모들도 그렇지만

그보다 가장 난리인 사람들은 어린이집, 유치원에 어린 아이 맡긴 부모들.

그리고 티비나, 언론에서는 무슨 공공의 적이라도 되는 양 교사의 자질을 운운하며 자극적인 기사들을 내보낸다.

(나, 아이유 싫어하지 않는데, 일요일에 티비보다가 촌지퍼포먼스에 빵터졌다.

그래도 니가 뇌가 있는 애라면, 작가가 시킨다고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 -_-

주 시청 대상이 중고딩인 프로그램에서 뭐 하는 짓인지, 어리다고 생각 없음이 용서되는 건 아니야)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촌지를 줬다는 사람도, 받았다는 사람도, 정말 찾아보기 어려운데.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어떤 걸 보냈더니 교사가 칭찬스티커를 많이 주더라.'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샤넬 백을 보냈더니 애가 상을 많이 받아오더라. '

'내가 아는 누구는 ...........'

 

아 놔, 니가 아는 누구는 왜이렇게 많으며 정작 당사자는 찾기 어려운 소문들은 또 왜그렇게 무성한지.

 

스승의 날 이라고 해놓고, 비판일색인 여론만 조장하고,

결국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구색맞춰 선물이라도 보내야 하는 현실이라면,

진정. 스승의 날은 좀 없애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교사도 학부모도 참 못할 짓인 게 스승의 날이며,

그 짓을 피하기 위해 멀쩡한 5월의 어느 날을 재량휴업일로 하는 학교도 넘쳐난다. 뭐하는 짓이니 이게)

 

아이 앞에서 비싼 선물 포장해서 예쁘게 유치원에 학교에 보내기 전에,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모가 먼저 지나간 은사님을 떠올리고 편지라도 한 통 써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짜 바른 교육임을.

비싼 선물 보내놓고는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 서로 비교하고 뒷담화하고 그럴 시간에,

아이랑 같이 선생님께 편지 한 통 정성들여 쓰며,

스승의날이 뭐하는 날인지 아이와 함께 대화라도 나누어 보는 것이,

진짜 니 아이를 위하는 길임을.

부모된 자들이 알아야 한다.

 

교육이 이렇게 산으로 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교육정책 때문도, 학교 때문도 아닌.

가정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침마다 눈 뜨면 가장 먼저 아이패드를 꺼내 독서를 한다며 딸래미를 자랑스러워 하는 어떤 글을 보다가,,

대신 밥먹고, 씻고, 유치원 갈 준비는 손도 까딱 안한다며, 공부를 위해 태어난 아이라 다 해줘야 한다고.

그래도 우리 딸이 최고라는 글에. 진심 어이가 없어 빵 터졌던 나.)

 

 

 

 

 

 

 

덧.

스승의 날,

빈손으로 곰돌이 유치원 보내면서,

오늘은 평소보다 더더더 선생님말씀 잘 듣고,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도 해! 라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곰돌 하는 말.

'내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하루를 잘 보내면, 선생님이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아 가정교육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