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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부 행발을 마감하며. 본문

딸공

생기부 행발을 마감하며.

딸공 2019. 1. 6. 19:02

일년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라는 건 사실 개소리다. 학생을 일년간 관찰하되, 작성은 연말에 몰아서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이건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결국 입시자료인 생기부에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그날 그날의 에피소드를 적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아이를 1년간 열심히 관찰하되, 그날 그날의 느낌은 따로 적고 겨울방학 시작하면 새해맞이 생기부지옥에 알아서 들어가세요.> 가 맞는 소리.

그래서 요즘 나는 생기부 지옥에 빠져있다. 하루 평균 7시간 이상을 카페에 앉아 쓰지만, 한 아이당 한 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가도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지 않을 땐 대체 내가 교사인가 작가인가 헷깔릴 지경,,(전지적 담임시점...) 그래도 올려보낸 아이들이 수능으로 쳐다도 못 볼 학교를 학종으로 턱턱 붙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땐 결국, <진실을 쓰되 더 정성들일 것/ 아이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을 것/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쓸 것> 이라는 생기부 작성의 기본 원칙을 다시 새길 수 밖에 없다.

자율, 진로, 행발까지 마무리를 해냈다. 스무명 남짓한 아이들 자료를 기록하며 시내권 학교는 이제 정말 못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주일을 꼬박 바쳤는데 열아홉명 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없는 자료도 아닌데, 소감문은 넘치는데 왜 나는 문장 하나 지어내기가 이리 힘든것인가.

그리고 행발을 쓰며 깨닫는다. 내가 작년과 올해가 참 다르다 느꼈던 이유. 아이들을 1년 겪고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니 확 와닿는 이유. 이 아이들이 참 작년 아이들과 다르구나! (이걸 이제야 느끼다니.) 사실 문장이 너무 안써져서 좀 참고라도해볼까 하고 작년에 쓴 행발을 꺼내들었는데, 참고해서 넣을만한 문장이 단 하나도 없었다. 작년 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의 아이가 올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이제야 느끼다니!!!) 모든 아이가 다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한 부류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 달랐다. 단 한 문장도 똑같이 쓸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특기와 행발까지 아이당 9000바이트를 꽉꽉 새로운 문장으로 채워 넣었다.

이렇게 한 해 농사가 끝난다. 내가 쓴 기록이 이 아이들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실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진실을 쓰되 더 정성들일 것/ 아이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을 것/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쓸 것>을 지키려 애썼다.

그거면 됐다. (나 요즘 이 말 살짝 남발하는 듯. )

 

 

 

 

그럼 이제 세특을 써볼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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